<서소문포럼>업종전문화제도 과연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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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업종전문화 시책은 재벌정책이기도 하고 또 국제경쟁력강화정책이기도 하다.그래서 재벌문제가 없는 다른 나라에는 없다.재벌기업들이 업종을 전문화해야 한다는 발상은 재벌들이 너무 심하게 여러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왔다.소위 「문어발」식으로 여러 곳에 투자하고 심하게는 중소기업이 돈을 좀 번다 싶으면 이에 뛰어들기까지 한다는 불만을 고려한 제도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재벌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그 중하나가 업종전문화(專門化)제도.도입당시 재벌의「문어발」식 다각화(多角化)를 억제해줄 것이라며 기대가 컸다.시행한지 불과 2년 남짓.벌써부터 학계.업계 심지어 정부일각에서 조차 업종전문화 제도를 「별로다」내지「성가시다」고 보고 있다.그들 논의를 정리해 본다.
▶전문화 필요한가 <찬성>기업이 여기저기에 분산투자를 하면 비효율이 발생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기업단위에서는 수익을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전체로 보면 자원이 낭비된다.기업집단의 「문어발」식 업종다각화에 대한 국민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반대>향후 경영 흐름은 다각화다.기술진보로 업종융합이 일어나 전통적인 업종구분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따라서 「범위의 경제」를 위해,또 경영의 위험분산을 위해서도 다각화가 필요하다.
▶실효성이 있나 <찬성>미미하나마 주력기업들의 비중이 늘어난것은 업종전문화시책이 있었기 때문이다.필요하다면 개선책을 동원하더라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반대>기업집단은 주력기업으로 지정되었다 하더라도 별 도움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규제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면서 주력기업의상대적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하나 <찬성>아직은 기업집단들이 위협을 느낄정도로 국내에서 시장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따라서 스스로 알아서전문화하지 않는다.선단(船團)식 경영체제 때문에 그렇다.따라서선단식 경영체제가 기업별 독립경영 체제로 바뀔 때까지는 정부가업 종전문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반대>전문화하든 다각화하든 그 결정은 업계사정에 밝은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오히려 정부는 시장을 더욱 경쟁적으로 만들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전문화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정책인가 <찬성>전문화는 재벌의 무분별한 경제력집중을억제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수단이다.여신규제가 소극적인 재벌정책인데 비해 업종전문화는 재벌들의 바람직한 경영.소유구조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수단이다.

<반대>경제력 집중은 무분별한 업종다각화가 원인이 아니다.따라서 업종전문화는 재벌정책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재벌문제는 소유집중,소유.경영 미분리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김정수 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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