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訪北.經協확대 방안 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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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북한의 정전협정 일방 파기에 이은 판문점 중무장 병력투입이 장기적인 대남 강경전략구도에 따른 것으로 판단,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전환은 남북경협과 민간인 교류확대등 4.11 총선이후 취할 것으로 예상돼온 정부의 대북유화정책 전면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북한이 남북대립정책을 포기하고 화해와 협력을 대남정책의 기조로 명백히 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상당기간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1차적 이유는 워싱턴과 서울을 겨냥한 평양의 대미 평화협정 체결공세가 워낙 거칠기 때문이다.
북한 외교부가 지난 2월22일 평화협정 중간단계로 잠정협정 체결을 미국에 제의했을 때만 하더라도 정부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늘상 해온 말이려니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지금 평양은 당초 우리가 예상한것보다 훨씬 강도높은 대남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일방적으로 정전협정의 핵심인 비무장지대 폐기를 선언한데 이어 5일부터 세차례나 대규모 중무장 병력을 판문점에 투입,무력시위를 벌이는 등으로 우리를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이에앞서 북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金光鎭)과 최고인민회의(국회)의장 양형섭(楊亨燮)등은 『전쟁발발은 시간문제』라고 협박하면서 자신들의 잠정협정 체결주장 수락을 강요했다. 이렇듯 북한은 대미 잠정협정 체결을 위해 군사.외교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입맛이 쓰다』는 말로 북한의 이같은 행동에 대한 정부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모든게 원점에서 재고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일원을 중심으로 정부 관련부처는 그동안 4.11 총선 이후에 대비한 일련의 대북포용 정책을 준비해왔다.
경협과 민간인 방북 등 교류를 확대하고 농업기술 전수 등 경제지원방안을 논의하는 남북대화 채널의 개설 등을 추진하려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보따리를 풀어놓기 힘든 상황이 됐다.북한이계속 대남 초강수(超强手)를 두는 바람에 정부의 생각도 달라졌고 운신 폭도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몰론 정부의 정책선회에는 미국의 북한 연착륙(소프트랜딩)정책등으로 문제가 많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밀리고 있다.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대북유화론이 자리할 여지를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가해오는 공세에 수세적으로만 대처해서는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든다는경고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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