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들 선거운동 방식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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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권자의 무관심은 후보들에게는 「벽」이다.더구나 유세나 조직동원등 과거의 전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새로운 분위기다.「돈은묶고 말은 풀었다」는 통합선거법을 철석같이 믿던 후보들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외면하고 있는 유권자 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후보들은 안간힘이다.
상당수 후보들이 유세,특히 개인연설회를 포기하고 있다.청중이없기 때문이다.「와서 보라」는 방식에서 「내가 간다」로 바꾸고있다.유권자와 밀착하는 방법,특히 잠행(潛行)형이 늘고 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낮시간은 활동량을 줄이고 이른 새벽.출퇴근시간,또는 밤늦은 시간에 유권자와 밀착하는 스타일이다.서울 송파갑에 출마한 조순환(曺淳煥.자민련)후보도 이런 케이스.그는 상가.아파트등지를 돌며 명함을 돌리고 악수를 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더욱 효과적임을 실감하고 있 다.또 자원봉사자들이 펼치는자전거유세와 야간에 주택가 골목에서 청사초롱을 들고 밤길을 밝혀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이색 선거방법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오세응(吳世應).김영춘(金榮春).홍사덕(洪思德)후보등도 성공적인 잠행을 펼치 고 있다.
송파갑에 출마한 홍준표(洪準杓.신한국당)후보는 자원봉사자들로이뤄진 「청소부대」로 눈길을 끈다.1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관내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는등 환경미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장비가 없 어도 유권자의눈길을 끄는데는 제격이다.
성동을 김학원(金學元.신한국당)후보는 관내 아파트단지의 쓰레기 분리수거 활동으로 주부표를 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펼쳐지는 선거전에서는 어쨌든 지나는 발길을 멈추고한번 더 쳐다보게 하는 것이 최고다.바로 「눈길끌기형」.고양을이상일(李商溢.무소속)후보는 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자유로 입구에 25짜리 대형 트레일러를 세워놓고 전광판 홍보를 편다.음악을 틀어놓고 이에 맞춰 춤추는 자원봉사자들도 보인다.그는 열성운동원인 「고깔 모자 아저씨」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오토바이에노래방시설을 장착,관내를 돌며 달리는 노래방을 연출하기도 하고시장입구에서는 즉석 노래대결 로 흥을 돋워주면서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유혹한다.서울 강서갑 유광사(柳光司.신한국당)후보는개그맨을 동원,즉석 원맨쇼나 코미디를 펼치기도 한다.권헌성(權憲成.자민련)후보는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교통순찰대로 매일 아침 사고 다발지 역인 관내 금곡.구미동등지에서 교통정리 봉사를해 각광받고 있다.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특이한 현상은 거리에서 유세차량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개인연설회를 목적으로 만든 차량을 개인유세에 손님이 들지 않자 빈 차량이라도 달리게 해 전시효과라도 노려보겠다는 속셈에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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