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설 달인’ 오바마 TV토론 왜 피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오바마 진영은 2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빠듯한 대선 일정상 위원회가 주관하는 세 차례의 토론이 이번 대선 토론의 전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26일(미시시피주 옥스퍼드·미시시피대학) ▶10월 7일(테네시주 내슈빌·벨몬트대학) ▶10월 15일(뉴욕주 헴스테드·호프스트라대학) 등 세 차례 토론이 TV와 라디오를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될 전망이다. 이 밖에 부통령 후보 간 토론은 10월 2일(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 한 차례만 열린다. 토론은 사회자가 주제별로 나눠 두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주가 되며, 현장의 청중이 즉석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일부 활용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 간 토론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많이 다른 것이다.

일찌감치 후보직을 확정 지은 매케인 측은 지난 5~6월에 두 차례 오바마 측에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10차례 이상의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 식 토론을 하자”고 제안해 놓았다. 타운 홀 미팅은 시청이나 체육관 등에서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참석한 시민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소규모 형식의 회합을 말한다. 매케인은 “누가 진실한지를 판단받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타운 홀 미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던 오바마는 “아주 좋은 생각이다. 유권자를 앞에 두고 실질적인 현안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을 환영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시간은 흘러갔고 오바마가 지난달 이후 두 차례 타운 홀 미팅 식 토론을 하자고 역제의하기도 했지만, 어떤 형태의 토론도 성사되지 않았다.

오바마 진영은 한때 토론의 한 모델로까지 자리매김한 역사적인 ‘링컨- 더글러스 토론’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링컨-더글러스 토론은 1858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링컨 전 대통령과 더글러스 후보 간 토론으로 7차례에 걸쳐 일리노이주 전역을 돌며 열렸다. 한 후보가 먼저 1시간 이야기하면 다른 후보가 1시간30분 동안 발언하며, 이후 첫 후보가 다시 30분간 반박 기회를 갖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측이 크게 후퇴한 데 대해 오바마 본인의 입장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진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는 전국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매케인에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매케인에게 대형 무대에 서는 기회를 주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고 있는 만큼 안전하게 가자’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매케인 측은 이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 재고하기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오바마 측이 또다시 말을 바꿨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대선 후보 간 맞짱토론은 1960년 존 F 케네디(민주)-리처드 닉슨(공화) 후보 간 토론이 처음 TV로 생중계된 이래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당시 정치적 연륜이 짧은 케네디는 이 토론을 통해 ‘젊고 열정적인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전달함으로써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닉슨은 화면상 병약한 정치인으로 비춰져 큰 타격을 입었다. 60년에는 1억7900만 인구 중 6600만 명이 토론을 지켜봤으며, 80년엔 8000만 명까지 늘었다. 2004년 대선 때도 6250만 명이 TV곁을 떠나지 않았다.

토론 주제는 경제와 복지를 중심으로 한 국내 문제와 외교 정책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문제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되면서 후보의 사적인 영역을 포함해 최대 스캔들이나 주요 이슈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오바마의 경우 과거 정신적 스승이던 제레미아 목사의 미국 폄하 발언 파문 등을 포함한 종교 및 인종 관련 논란,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애국심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 등이 도마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매케인의 경우에는 노령에 따른 건강 문제, 과거 이혼 전력, 미모의 여성을 포함한 로비스트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 등이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J-HOT]

▶'우왕좌왕' 확 달라진 촛불시위대…왜?

▶"의경아들 시위대에 죽었는데 12년 지나도록…"

▶잘나가던 도요타 비상…현대·기아는 잘나가네

▶"홍준표, '피해자' 李대통령과 상의도 없이…공 가져가"

▶"상대국 무시하거나 호의 거절해 망신 줘라"

▶서태지 "한국서는 집밖에 걸어 다녀 본 적이 없다"

▶세계 지존 '우뚝' 신지애 "마지막 홀서 너무 떨려 눈물 날 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