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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포럼>영등포乙 합동연설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0일 오후2시 서울영등포구대림동 대동초등학교 운동장엔 설렘과 흥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합동연설회가 시작된 첫날 첫 경쟁연설이 진행될 참이었다.단상에 나란히 앉은 영등포을 선거구후보자들도 물론 그랬겠지만 각당의 선거사무소 일 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과연 얼마만큼의 연설 솜씨를보여 경쟁적 우세를 선점할 것인지,그리고 대중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매우 초조해하면서도 기대어린 표정으로 연설회장에 들어섰다.
우리나이로 이미 마흔이 됐으나 필자가 선거 유세장이란델 찾은건 이상한 일이지만,난생 처음이었다.전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었으므로 연설장 분위기가 어쩌면썰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 다.운동장 군데군데 빗물이 고이고 그나마 디딜만한 곳은 진흙탕뿐이었는데도 운동장은 비교적 젊은 인파로 가득찼다.
지역구 유세현장이긴 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화제의인물이 출마해서였을까,거의 모든 언론사의 취재차량과 카메라맨들이 분주하게 오갔다.그래서 그런지 관중들의 시선도 시간이 갈수록 진지해졌고 호응도도 높아졌다.
신한국당의 최영한 후보는 역시 『여러분이 안방에서 보아왔던 양촌리 김회장올습니다』로 입을 열었고,국민회의의 김민석후보는 『28세의 나이로 나웅배부총리에게 2백여표차로 떨어졌던』이라고포문을 열어 자신들이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스타 임을 과시했다.이에 대해 행정관료출신의 민주당 김인동후보는 『배우의 거품인기도,젊은이의 어설픈 패기도 행정경력을 쌓은 능력있는 사람에겐상대가 안된다』고 몰아붙였고,자민련의 전홍기후보는 『현정권이 연습하다 망친 경제를 살리는데 경영 인인 내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선거 때만 되면 고질적으로 되풀이된다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구경나온 김에 들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반 우려반 지켜보았지만,애교스런 비판과 세련된 유머가 있었을뿐 전체적으론 썩괜찮은 페어플레이였다.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은 어쩌면 우 려할만한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신문이나 방송이 지나치게 화제성의 뉴스만을 찾아 보도하려는 경향 때문에 정치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대가 심화된건 아닌지.오히려 다소 짜증스러웠던 점이 있었다면 비신사적인 연설내용이 아니라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중앙당의 총선구호를 개성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는것 정도다.
질서있고 점잖았던 단상 후보자의 태도에 비해 운동원과 지지자들의 움직임은 사뭇 달랐다.일단 추첨에 의해 첫 연설자의 순서가 정해지자 해당 청중을 제외하곤 모두 유세장을 빠져나갔다.상대의 지지청중으로 오인되는게 싫었던 것이다.그들은 담장 밖에서하릴없이 배회하고 있다가 자신들의 연사가 나설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입장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옳소』를 연호했다.
그들은 매스게임을 하듯 충돌없이 척척 자리바꿈을 했다.그래서언론사의 카메라와 취재기자,그리고 귤차.닭꼬치.소주.홍합을 파느라 정신이 없는 아줌마.아저씨들만이 어쨌건 끝까지 연설회장을지키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활기가 넘쳤다.내리는 비따위 아랑곳하지 않았고,오히려 우산이 즉석 피켓이 되어 물결쳤다.민주주의란 주어지는게 아니고,내가 가서 찾을 수밖에 없는 거라 했던가.확성기가 있는데 왜 또 소리까지 지르는지 그게 못마땅해 유세장을 찾지 않았던 필자였지만 그곳은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었다.이유는 각자 가서 찾으시길.
구효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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