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너지 다이어트, 그린 IT가 답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3호 35면

회사가 지하철 2호선 잠실역 부근에 있다 보니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을 자주 접하는데 올 들어 그 숫자가 부쩍 늘었다. 우리 회사에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아져 지하 주차장에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했을 정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꽤 많이 늘었다.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는 ‘열풍’ 수준을 지나 ‘일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자전거 문화는 아직 멀었다. 중국에 가 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이나 정장 차림의 남녀 회사원, 쇼핑을 하러 나온 주부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전거 이용이 생활화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정한 공간만 있으면 자전거 보관대를 만들고, 차량 운전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을 위해 양보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유럽 역시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시철도와 경전철, 자기부상열차, 소형 궤도열차 등의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최근 뉴요커 사이에선 스쿠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너나없이 고유가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최근 유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배럴당 최고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에게 고유가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는 세계 7위, 1인당 소비는 세계 5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석유를 더 쓰는 나라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소비 대국인 미국, 자원 부국인 캐나다, 온실농업 국가인 네덜란드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 원단위(原單位)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본에 비해선 세 배나 높다. 같은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보다 두세 배 많이 드는 셈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접한 일본은 거국적으로 에너지 효율성 향상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생산성은 높아지고 에너지 원단위는 절반으로 축소됐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은 80년대 세계 최고의 산업 경쟁력을 지닌 국가로 부상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주변 환경만 탓할 순 없다.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 우리 앞에 닥친 고유가 위기를 기회 삼아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산업 전반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 IT(Green IT)’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올해의 10대 혁신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중 첫째로 그린 IT를 꼽았다.

그린 IT란 일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끌어올린 IT 제품을 일컫는데, 공해나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IT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향후 그린 IT의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미래 IT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교통 부문의 경우 차량 요일 운행제나 카풀, 경제속도 지키기 등의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이나 전자요금징수시스템(ETCS), 교통신호 연동체계 등 교통 처리의 시스템화가 구축되면 운행속도 향상은 물론 교차로의 지체 감소, 주행거리 단축으로 에너지 사용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 Based Service)를 활용하면 상품 정보뿐만 아니라 교통, 물류, 지역정보, 위치 검색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다.

끝으로 직접적인 대면(對面) 방식 대신 영상회의나 원격 진료, 온라인 교육 등을 활용하고, 모바일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기업 인트라넷 기능을 확산시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며칠 전 TV에서 대체에너지를 소재로 만든 오락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물레방아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태양열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며, 경제운전으로 연료의 효율을 높이는 등 출연자의 체험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대한 메시지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보여줬다. 유익한 소재를 웃음으로 풀어내 새삼 절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것 같아 흐뭇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우리 앞에 닥친 고유가 위기를 기회 삼아 우리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내일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