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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1. 먹고살 것부터 고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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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15 총선이 끝났다. '한국의 에너지'를 다시 모아 보자는 시리즈(5회)를 시작한다. 경제를 살리고 사회 갈등을 줄여 국민 모두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총선이 끝난 지금, 모든 이가 '먹고살 것'을 챙겨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재계는 "투자심리 회복", 학계는 "성장의 묘책", 서민은 "경기회복", 청년은 "일자리"를 얘기한다. 정치권도 국민의 아우성에 눌린 것 같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7대 국회는 '민생경제 살리는 것'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당의 초점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맞출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아직 움직임은 없다. 대통령은 권한정지 상태고, 여야는 만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여야 대표 회동을,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 정당 대표회의'를 제창했지만 여전히 말뿐이다. '분배'가 당의 생명인 민노당은 아직 '성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국민은 해답에 목이 마른데 정치권은 이제 시험지를 받은 듯하다.

한국 경제는 시간을 끌어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신용불량자 382만명, 청년실업률 8.8%….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서민은 빚투성이인데 부동자금 400조원은 날아다니는 투기폭탄이다.

한국은 1995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이래 제자리 걸음이다. '잃어버린 8년'동안 중국은 턱 밑에 와 있다. 일본은 10여년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질풍처럼 달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뒤처졌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지금부터 매년 5%씩 커도 소득 2만달러는 2010~201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삼성전자 1분기 순이익 3조원'이라지만 일자리나 내수와는 별 상관이 없다. 반도체값 오른 덕이 가장 크다. 수출이 치솟지만 구조는 취약하다. 4대 효자품목(무선 통신기기.반도체.컴퓨터.자동차)의 비중이 37%다. 되는 업종만 되는 것이다.

'먹고살 것'의 대표주자도 문제다. 70년대 중화학, 80년대 전자, 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정보통신이 든든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세계 일류상품은 53개다. 10년 새 35%나 줄었다. 중국의 14분의 1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은 정치권.노동계 눈치만 보고 있다. 상장기업은 19조원을 쌓아두고만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기업은 투자보다 빚 갚는 데 열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만 탓할 게 아니다. 최종원 서울대교수는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말한다. 기업 환경도 열악하다. 외국인 투자환경은 세계 45위로 처져 있다. 토지 규제는 315개다.

총선이 끝나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혀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 문제가 남았지만 큰 장애는 아니다. 정치권.노사 모두가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별취재팀=김진 정치전문기자. 고현곤 경제부 차장,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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