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인 ‘역시’ 과정 합격한 초등 5학년생 “역사 흥미, 만화책 보며 키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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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월에 치른 제4회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초등 5학년이 대학생·일반인 대상의 고급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박성호(11·수원 율현초·사진)군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역시’는 ▶초급(5~6급) ▶중급(3~4급) ▶고급(1~2급)으로 나뉜다. 국사편찬위는 고교생 수준에는 중급인 3급 시험을 권장한다. 초등생이 고급인 2급에 합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군은 지난해 5월 역시를 처음 치르면서 중학생 수준인 4급에 도전해 합격했다. 5개월 뒤 고교 수준인 3급에 합격한 뒤 이번에 고급 시험에 도전했다. 제4회 역시에서 고급 시험의 합격률은 38.5%(고급 응시자 1만1026명)에 그쳤다. 그중 최연소 합격자가 박군이다.


박군의 ‘국사 사랑’은 초등 1학년 때 시작됐다. “1학년 겨울방학 때 만화 한국사 책을 선물 받은 뒤로 역사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이후 박군은 다양한 종류의 역사책을 접했다. 요즘에는 일반인 대상의 교양 서적도 어렵지 않게 읽고 있다. 한국사·세계사 등 역사 관련서를 일주일에 한두 권은 독파한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게 분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화가 나요. 구한말 당시 벌어졌던 사건이나 독립운동에 나섰던 인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될수록, 지금이라면 어땠을까 궁금해져 자꾸 책을 뒤져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4·19 민주화운동 등 현대 정치사도 읽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박군의 장래 희망까지 바뀌었다. 어머니 이용숙(39)씨는 “어릴 때부터 이비인후과 의사가 꿈이라고 했던 아이가 더 자라더니 오히려 대통령이 꿈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군도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던 근대사를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앞으로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박군이 역사를 파고들게 된 데는 아버지 박진수(41)씨의 영향이 크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있는 박씨 또한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데 이는 어른의 잘못”이라며 “자녀들과 정치나 경제를 이야기하는 건 그렇지만 역사는 가족 간 대화의 아주 좋은 주제”라고 말했다.

박군은 최근 독도 공부에 욕심을 내고 있다. “우리끼리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기보다는 역사책을 읽고 독도를 제대로 알아 일본 사람들과 말싸움에 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10월에 있을 제5회 역시에 다시 도전해 꼭 1급에 합격하고 싶어요.”

배노필 기자

◇역시 다음 일정

- 제5회 역시:접수 9월 8~30일. 시험일 10월 25일(오전 10~12시)

- 해외 역시:9월 27일 미국 5개 도시(LA·뉴욕·애틀랜타·워싱턴·시카고)

- 문의:02-500-8380, www.historyex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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