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下> 잘나가던 해외 건설도 수익성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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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경기의 불황과 달리 해외건설 분야는 특수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 수주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389억 달러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의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3.5%에서 지난해 31.1%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실속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자재 값 급등과 해외 경기둔화, 경험·정보·인력 부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인 A사는 최근 건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수익률을 5%에서 3%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이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초 t당 59만원이던 현지 철근 값이 지금은 117만원으로 두 배로 올랐다. 아스팔트 재료인 비튜멘(Bitumen)도 같은 기간 두 배로 올라 t당 75만원이나 한다. 공사 기간에 자재 값이 올라도 공사비를 추가로 받을 수 없게 계약돼 있어 이 업체는 자재 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등 해외에서 도급공사를 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A사와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중견업체들이 주로 진출하는 해외 주택 개발사업도 여건이 만만치 않다. 중견업체들은 기술 부족으로 플랜트와 같은 대형 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워 국내 주택사업 노하우를 살려 해외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체 해외사업에서 개발사업의 비중이 2005년 4%선에서 올해 10%로 높아졌다.

그러나 전 세계 경기 둔화로 해외 건설경기도 움츠러들면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사가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신도시 개발사업이 현지 제도와 부동산 경기의 급변으로 지연되고 있다. 주택 분양도 2010년에서 2012년으로 미뤘다. 회사 측은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만 매년 2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국내 미분양보다 해외 사업에 잠긴 돈 때문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업도 외형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선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해외 주택 개발사업은 수익을 내는 업체가 한두 곳에 불과하다”며 “현지 정보 수집은 물론 자금 조달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승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업체들은 무분별한 수주가 아니라 수익성 위주로 사업계획을 세운 뒤 수주에 나서야 하고 현지의 위험요소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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