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보수' 김용갑 직격인터뷰③] "보수연합 통한 '공룡정당'은 저항의 단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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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연합 통한 ‘공룡정당’은 저항의 단초”

월간중앙- 김 전 의원이 보는 보수진영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각에서는 보수의 비겁함을 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가 보수를 비판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수가 욕 좀 얻어먹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보수에 실망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코너에 몰린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국민에 의해 심판받겠지만, 지금 이런 식으로 가면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좌파정부 10년을 국민이 심판해 보수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보수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면 다행이지만, 잘못되면 또다시 정권을 넘겨주는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보수진영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합니다. 지금 정가를 보면 보수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보수의 발전보다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보수대연합 운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짜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것입니다. 그 부분을 좌파가 주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만약 대연합을 통해 이 정권이 ‘공룡정당’을 이룬다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제약과 저항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국민의 거부감도 생각해야 합니다. 친박(親朴)계를 합치면 180석 정도가 되는데, 보수진영끼리 연합하는 것은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보수진영이 경쟁하는 것은 괜찮아 보입니다. 자유선진당 같은 경우 보수지만 때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양상으로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그럼 어떻게 해야 경쟁을 계기로 보수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보수는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안 하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경선 승부를 인정하고 본연의 길을 택한 것에 대해 국민이 오히려 성원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런 모습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박 전 대표는 그 동안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강해져야 합니다. 원칙의 굴레에 묶여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힘없는 원칙은 공허할 따름입니다. 리더가 되려면 때에 따라서는 원칙을 깨고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김 전 의원은 이 말에 의미를 덧붙였다. 특히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가 국가 대표가 됐으면 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헝클어진 사회 질서는 어느 지도자보다 훨씬 더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에서 경제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후광과 어머니의 이미지 때문에 각광받으며 출발했지만, 박 전 대표 스스로 청와대 경험과 본인의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지도자 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에 반해 이 대통령은 자기 형도 돌봐야지, CEO로 성공한 이미지도 살려야지…. 이래저래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기 어렵다고 봅니다.”

김 전 의원은 현역 시절보다 일선에서 떠난 지금 비판의 강도 면에서 다소 유연해진 듯한 인상이다. 진보진영의 성과를 인정하고, 보수가 직면한 현실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에서 이를 직감할 수 있다.

대북관에 대해서도 유연해졌을까? 김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정책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여당을 “조선로동당 2중대”라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이후에도 대북 지원을 좌파정권의 퍼주기 논란으로 일축했던 대표적 보수론자 중 한 명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핵 폐기 신고 절차에 돌입하고,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김 전 의원의 눈에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했다.

“현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사실상 없다”

- 북한이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체제는 변하지 않습니다. 핵 폐기를 하면서도 김정일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언젠가는 결국 남한정부가 혼란스럽고 통제력을 잃으면 자기들이 점령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을 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인도적 입장에서 지원하지만, 궁극적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좌파정부 10년은 북한을 가볍게 보고 비위를 맞추면서 끌려 다녔습니다. 우리도 자존심이 있지 않습니까?”

-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은 분명한 선을 그은 것 같습니다.
“현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은 가능성이 없는 소리입니다.”

김 전 의원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비핵·개방·3000’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체가 없다”는 일각의 극단적 평가를 인용해 설명했다.

“대북정책도 없고 통일정책도 없다는 말이 무성합니다. 사실 없습니다. 자기 정책을 확고히 하고 통일하자는 것이 자유주의 통일인데, 북한이 그렇게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가 근본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확고하게 정해놓은 다음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너무 허황된 정책을 많이 세워 놓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집착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내건 것입니다.”

- 대외관계나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봐야 할 때입니다. 성급하게 인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좌파정부의 문제를 답습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보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북·미수교 등이 추진될 때는 반드시 한국의 동의를 얻도록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해야지, 북·미 관계만 개선되고 도리어 한·미 관계는 악화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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