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보수' 김용갑 직격인터뷰 ①] "MB도, 한나라당도 우째 이리 정치 못 하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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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보수정권 도덕성 부재… “국민 감동 기대하기 어렵다”
■진보 없는 보수 발전 불가능… “진보정권 10년 성과 있다”
■보수 ‘공룡정당’ 저항 단초… “희생 감수해야 거부감 단절”
■현정부 대북·통일정책 부재… “실천 불가능한 정책 포장”
■민주주의라면 공권력 보장… “경찰·촛불시위대 비이성적”
■초심대로 ‘보수 대변인’ 고수… “정치 일선 복귀 가능성 0%”

김용갑
경남 밀양 출신, 육사 17기로 소령 예편, 1980년대 안기부 기획조정 실장,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장관 등 역임, 1996년 무소속으로 15대 총선에 당선된 직후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강성 보수파’ 이미지를 굳힘, 이후 16~17대까지 3선 국회의원으로 활동. 올 1월 정계은퇴 선언,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

월간중앙 ‘원조보수’ ‘강성보수’로 통하는 김용갑 전 국회의원. 그가 “굿바이 여의도”를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판을 예의주시하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다. 좌우·계파 구분 없이 모두 그 대상이다. 연유가 무엇일까? 지난 7월1일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저 렇게 해서 되겠어요?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는 것인지…. 어떻게 민심을 달래겠어. 안 그래요?”

김용갑 전 의원은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TV토론회였다. 그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정치권, 특히 자신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을 향해 직언을 쏟아냈다. 그러고 나서 TV 전원을 껐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안 볼 수도 없고,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이어갔다. 지난 1월3일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스스로 꾹꾹 참아왔던, 그리고 아껴왔던(?) ‘말보따리’를 서슴지 않고 풀어놓는 듯했다.

일흔 둘이 돼서야 일반 시민으로 돌아온 김 전 의원. 그는 여의도 한복판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였다. 신문을 정독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면서 시작하는 그의 일과가 이를 대변한다.

김 전 의원은 “(정치) 그만둔 사람은 신문도 안 보고 거리를 두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아직까지 정치가 걱정돼 눈과 귀를 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좀 떨어져 보니 더 잘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역의원 신분으로 지역구를 챙기면서 의정활동을 할 때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만큼 김 전 의원은 ‘내공 쌓기’에 주력하는 눈치였다. 더 쌓을 내공이 있을까?

김 전 의원의 답변은 간단했다. 국민이 현재의 보수(保守)를 ‘보수다운 보수’ ‘진정한 보수’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 모두 하나되는 데 일조해야겠다는 그의 의지다.

그렇다면 정치권 일선에 머무르면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빠르고 쉽지 않을까? 왜 ‘정계은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일까?

- 왜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는지, 그리고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합니다.
“지난 1월3일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주변으로부터 ‘아쉽다’ ‘어려운 결단이다’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선을 했고, 나이가 일흔을 넘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지금 물러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들이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생각에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물러나 있다고 해서 (정치에 대해) 생각까지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권을 비판하는 것도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3선 명예제대를 신고합니다”

- 사실 김 전 의원의 정계은퇴를 놓고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데 따른 자포자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이유는 제가 원하는 정권이 탄생하기를 바랐던 것뿐입니다. 그러나 더 큰 제 생각은 국민을 위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제가 지지하던 사람이 떨어졌다고 해서 정권교체라는 큰 그림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지요. 만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선출된 다음날 사표를 낼 생각이었습니다. 김용갑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가 좀 있네요.”(웃음)

김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기까지 고민한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특히 그의 지역구인 밀양·창녕군 신년하례행사에 보낸 축전에 잘 나타나 있다. “3선 명예제대를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저는 4년 전 제 자신에게 약속한대로 17대 국회의원을 마지막으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지난날 정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었습니다. (중략)이제 좌파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저는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보수원조 김용갑은 제 소임을 마치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지려고 합니다.”

김 전 의원은 분명히 “안심하고 물러간다”며 이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여운으로 남겼다. 지금도 그때의 생각과 같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김 전 의원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대놓고 비판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그의 대성일갈(大聲一喝)은 막힘이 없었다.

- 상임고문의 입장에서 하시는 한나라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한 발 물러나 보니 어떻습니까?
“지금의 정치적 현실과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것에는 괴리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이 시기에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감동을 주는 정치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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