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그들은 노래방에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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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뭣,YS 최측근이 3년 남짓 사이에 37억원을 모았다고?에잇치사하다 치사해.노래방이나 가자.아니 한국 축구 왜 저렇게 잘해?올림픽 3연속 출전이 눈앞에 보이잖아.에잇 노래방이나 가자. 그래서 그들은 호기롭게 노래방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아주머니 우리 한시간만 놀다 가요.빵빠라방,당신의 노래 점수는 95점,최고가수가 되셨습니다.빵빠라방,당신의 노래점수는 85점,가수가 될 소질이 보입니다.빵빠라방,당신의 노래점수는 75점,음정 박자 다 틀리고 노래방 드나들 자격이 없습니다.아니 뭐 이런 기계가 다 있어.아주머니 여기 그림은 왜 산천초목만 나와요,좀 다른 것 없어요.
『우리 집엔 학생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다른 그림은 안 씁니다.노래방은 샐러리맨들이 시름을 달래거나 기분을 내는 장소이면서동시에 주부나 학생들의 여가선용을 위한 노래연습장이라는 사실을기억해 주십시오.』 그렇구나.바로 어제 중앙일보를 보니까 강원도 횡성 덕고초등학교에 노래방 교실이 생겼단다.전교생이 36명뿐인 이 산골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시청각교육을 위해 노래방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노래방 산업은 지난 5년간 급성장했습니다.전국 2만5천여개노래방에서 약 3조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내로라 하는 한국 기업들이 낸 법인세가 8조원을 약간 넘는 사정과 비교해 보십시요.가라오케의 원조(元祖)국인 일본은 더합니다.3 5만군데 바 가운데 28만군데가 가라오케바입니다.노래방은 14만개가 있습니다.하루에 1천6백만명의 인구가 술집이건 어디서건 노래를 부릅니다.』 『그건 그렇고,왜 제 노래 점수는 잘 안나옵니까.』 『목소리를 크게,발음은 정확히,마이크는 입에 가깝게 이 세 요소가 지금까지 고득점의 비결이었습니다.그러나 박자나 음정을 맞추지 못하면 이것도 허사입니다.이른바 미디(MIDI)라고 불리는 디지털악기 방식의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면 음정 과 박자를 부르는 사람이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집에서도 노래방에서와똑같은 기분을 낼 수는 없나요.』 『있습니다.음악은 온 라인 가라오케 방식으로 보내고 화면은 케이블 TV로 보내면 됩니다.
지금 일본에선 10여개사가 이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습니다.온 라인 노래방 다음에는 케이블TV를 이용한 쌍방향 케이블TV 노래방이 등장했습니다.
가입자가 약 6만가구나 된다고 합니다.흔히 말하는 홈 가라오케입니다.그러나 안방에서 혼자 무슨 맛으로 노래를 부릅니까.노래방이라는 분위기도 즐길 필요가 있는 거지요.』 『그 점은 한국인의 심정과도 비슷하군요.』 『혼자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다음 단계 기술 개발을 기다리면 됩니다.인터네트 노래방과 가상(假想)현실 노래방이 곧 등장합니다.마치 내가 카네기홀에 서서 부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노래방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한 열흘 전 뉴욕타임스에 미국 기자가 경이로운 눈으로 일본 가라오케산업에 대해쓴 기사를 봤습니다.』 그렇지만 하이테크 노래방도 사람이 찾지않으면 소용이 없다고?그 점은 염려마시라.한국에선 노래방이라도찾아야 놀란 가슴을 달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테니까.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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