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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음향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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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술은 영원하다」고 한다.그러나 개발된 기술이 더 이상 진화(進化)를 멈추면 죽은 기술로 간주된다.「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소니의 베타막스는 VCR시장에서 사라졌다.수요자들의 취향이 VHS로 몰리면서 그 포맷(format)이 죽음을 당했을 뿐이다.
스테레오(stereo)음향은 1958년에 개발됐다.그리스 말로 「견실하다」는 뜻의 「stereos」에서 따왔다.1877년토머스 에디슨이 실린더방식의 축음기를 발명한 이래 1958년까지 오디오 역사의 첫 80년은 모노(mono)음 향시대였다.
말이 「입체」음향이지 실제 스테레오는 오른쪽과 왼쪽 두 채널로 음(音)을 재생해내는 쌍둥이방식에 불과했다.앰프도,카트리지도,스피커도 모두 「한쌍의 시대」였다.그 역사는 올해로 38년,한창 무르익을 나이에 「스테레오의 죽음」이 예고 되고 있다.
스테레오는 70년대 한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4채널 방식의 「콰드(quad)」음향 공세(攻勢)에 혼이 났다.콰드방식의레코드와 테이프에다 라디오방송까지 등장했다.콰드 전시장마다 베를리오즈 장엄미사곡의 장엄한 콰드음향이 스테레오 의 죽음을 재촉했다.그러나 장엄미사곡은 오히려 콰드의 앳된 죽음을 애도하고말았다. 하이테크 혁신으로 「하이엔드(high-end)오디오」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그 스테레오가 마침내 역사속으로 밀려나는 운명을 맞고 있다.「5.1시스템」의 등장이다.왼쪽과 오른쪽 중간의 3채널에다 2개의 서라운드(surround:反響音) ,그리고 나머지 0.1채널은 고성능 저음(低音)우퍼(subwoofer)다.스테레오 스피커 여러개를 늘어놓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바이올린이나 기타의 가장 낮은 음 등 심연(深淵)의 소리가 꿈틀거리고 지축을 흔드는 공룡의 발소리 등 영화의 사운드효과도 만끽한다.
고화질(HD)TV와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의 표준은 이미 5.1방식이다.스테레오방식을 활짝 꽃피운 것은 콤팩트디스크(CD)의 발명이었다.그 기술적 만개(滿開)가 죽음의 서곡이 될 줄이야.
5.1방식의 오디오 시스템과 함께 음반제작업체들까지 묵은 캐털로그들을 5.1방식으로 업그레이드(upgrade)시키는데 안간힘이다.오디오 애호가들에게 기쁜 소식이지만 이들의 주머니는 두고두고 비상(非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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