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앞두고 與野 상대 흠집내기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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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전 윤곽이 지역별로 드러나고 부동층 향배가 이번 총선의 판세를 가늠할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자(본지 3월21일자 3면 보도)그동안 지구당 차원에서 오가던 「폭로전」이 중앙당차원의 중심전략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로전은 주체와 증거가 뚜렷한 「백색선전」과,삐라나 책임없는구전홍보 형태로 전개되는 「흑색선전」의 두가지 양상이다.
신한국당으로부터 전국구헌금 공격에 시달리던 국민회의가 「청와대 비서관 37억 축재 사실」을 오랜 준비끝에 21일 폭로하면서 정가는 언제,어디서,어떤 악재가 돌출할지 모른다는 긴박감에싸여있다.
14대 대선당시 야당의 부산 초원복집 폭로사건을 역풍으로 만들어 득표에 활용했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청와대로서는 국민회의의 공격에 와신상담(臥薪嘗膽),역공소재를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사태가 이같이 발전한데는 이번 선거가 다른 총선과 비교해 뚜렷한 쟁점이 적고 3김씨가 여전히 주인공이 되는 재미없는 게임이라 유권자들의 부동률(浮動率.지지정당을 밝히지 않거나 무응답유권자 비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많다.
『감정에 좌우되고 흘러다니는 소문에 민감한 부동층잡기엔 역시매터도(흑색선전)가 최고』라는게 지구당 선거기획자들의 공통된 믿음이다.
가장 많은 경우는 여성표를 겨냥한 「섹스 스캔들」흘리기다.
서울에서 출마하는 A의원에겐 『지난 4년간 국회의원회관에 근무하는 여비서가 7번 바뀌었고 이 양반의 공무원시절 비서에 따르면 여자면도사를 수시로 집무실에 불러 관계를 가졌었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상대측의 여성 구전홍보단에 의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수도권의 B의원과 C후보도 『본처 소생이 아닌 20대 딸이 있다』『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흑색소문이 발빠르게 번져 굳이 공개적으로 해명하지도 못하고,혐의는 가지만 상대방에서 흘렸다는증거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
수도권의 D후보는 『군 복무당시 탈영해 재판까지 받았다』는 악성루머가 흘러다니자 『공군참모총장 표창장까지 받았다』며 표창장 사본을 들고 다닌다.
경기지역엔 『여당 E후보가 한 가정을 불질러 어머니를 살해했고 무고한 시민을 전과자로 만들었다』는 유인물이 거리에 살포됐는데,토지공사가 무단점유한 비닐하우스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 E후보가 한 일로 둔갑된 것이다.
서울의 F의원이 상대측 후보운동원을 가장해 기독교 집안엔 『부처님의 자비가 깃들길 빈다』,불교집안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식으로 신성모독을 하는 것은 고전적 수법에 속한다.
돈.재산관계로 시달리는 후보도 많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선명성을 내세우는 서울의 G의원은 『유신시절 운영했던 새마을야학 부지로 부동산투기를 해 수십억원대의 축재를 했다』는 소문이 괴롭히고,또다른 서울 후보는 불법으로 번 1백억원대의 재산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10만 원씩 나눠주는 악덕졸부라는 비난을 어떻게 해명할지 몰라 고심중이다.
전영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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