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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캄캄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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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아침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는 경비를 서는 경찰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당사 안도 대부분의 당직자가 출근을 안 해 을씨년스러웠다. 선거에서 참패한 몰락한 당 사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지역구 5석에 비례 4석으로 겨우 9석만을 건진 민주당의 앞날은 짙은 안개에 싸였다. 민주당은 이날 당 수습을 위해 몸부림을 쳤다.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오후 당사에서 최명헌 사무총장, 선대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한화갑 전 대표와 손봉숙 공동선대위원장 등 9명의 당선자를 중심으로 오는 1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비대위에 당무 전반에 관한 권한을 주기로 했다. 秋위원장은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선대위도 해체된다.

앞서 총선결과에 책임지고 이날 당대표직을 사퇴한 조순형 대표도 역시 당 수습을 위한 비대위 구성안을 내놓았다. 당선자와 상임고문 등이 참여한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을 추스른 뒤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를 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비대위원 구성에는 차이가 있으나 당이 말 그대로 바람 앞의 촛불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자 중 일부가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 정도로 당이 동요하고 있다. 이런 판에 비대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당 수습에 나설지 알 수 없다. 탈당가능 인사로 지목받는 이낙연 의원은 "글쎄 잘 모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혹시 지역구 당선자들이 우르르 열린우리당 가자고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비대위에서 배제된 일부 상임고문이 반발, 한 줌도 채 안 되는 당권을 가지고 편가르기와 대립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일부에서는 '텃밭'인 호남조차 내준 민주당이 재기가 가능하겠느냐는 냉혹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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