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어린이 성폭행 공포-석달새 3명이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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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강남 수서지역의 한 서민아파트 단지내에서 최근 3개월 동안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되는 여아(女兒)납치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그러나 관할 경찰서는 사건 예방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피해지역 주민들 의 진정에도불구하고 성의없는 수사로 일관해 연쇄 범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여아 연쇄 성폭행사건으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곳은 서울강남구수서동 영구임대아파트인 수서주공아파트 1단지.
지난해 12월 이래 최근까지 이 단지내에선 공식확인된 것만 최소 3건의 여아 납치 성폭행및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첫번째 사건 발생은 지난해 12월22일.
이 이파트에 사는 A양(9.초등교1년)이 집주변에서 놀다 흉기로 위협하는 30대 남자에게 옥상으로 납치돼 성폭행당할 뻔하다 극적으로 도주,위기를 모면했다.
같은날 오후 4시30분쯤엔 B양(10.초등교4년)이 단지내 상가 부근에서 동일범으로 보이는 범인에 의해 역시 아파트 옥상으로 끌려가 구타당한 뒤 성폭행당했다.
B양은 성폭행과정에서 장이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고 한달간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극도의 공포심으로 발작증세를 보여 현재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이밖에도 단지내에선 2~3차례 여아납치 성폭행미수 사건이 벌어졌으나 피해자 보호자 들이 신변 노출과 보복등을 우려,신고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양 어머니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B양으로부터 기초 진술만 받고 형식적인 현장 조사만을 벌인 이후 수사는 물론 순찰강화 등 예방활동도 소홀히 하고 있다.이 와중에 지난 15일 오후9시쯤 또다시 이 아파트에 사는 C양(9.초등교2년)이 심부름차 단지내 상가로 가다 동일범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아파트옥상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이같은 연쇄 범죄로 인해 단지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은 낮에도 외출을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부녀자들 역시 밤외출이나 단독외출을 삼가는 등 단지내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B양의 어머니 李모(37)씨는 『그동안 5차례 이상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면서 『그러나 경찰이 성의없는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표재용.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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