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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藥 없어 수만명 위급-채산성 낮다고 생산.수입 기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대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던 金모(7)군은 지난해 기본치료약인 박트림(주사)을 구하지 못해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담당의사는 『박트림의 생산.수입이 안돼 수없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당국에 수차례 건의해도 반영되지 않아 지금은미국에 출장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소량씩 구해 겨우 쓰고 있다』며 당국을 원망했다.
이 병원 소아과 李모교수는 폐렴에 걸린 네살배기를 치료하며 1년여전부터 생산이 끊긴 메치실린 대신 반코마이신을 쓰고 있으나 효과가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신촌세브란스병원의 金모교수는 지난 2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전기쇼크등이 효과가 없자 「밀수」되는 부정맥제 프로케인아마이드를 사러 시내 약국으로 사람들을 보내는 소동을 벌였다.
환자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품 5백품목 이상이 낮은 보험약가(39%)나 까다로운 수입 절차(37%),적은 수요(15%)등낮은 채산성 때문에 생산.수입이 안돼 매년 수만명의 환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목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은 직접 이리뛰고 저리뛰며 보따리 장수들이 「밀수」해온 값비싼 약을 사러 다니고,일부 교수들은 해외출장때 사가지고 와 수요의 일부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 「희귀의약품 센터」등을 만들고 공급을 돕고 있으나 우리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장기능에 맡긴채 방치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3차진료기관 3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특수의약품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94년 치료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가 12만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의사들이 국내 공급을요구한 약품 수는 5백8종이었으며 약이 없어 병원약국에서 직접만드는 원내제제도 2천여종에 달했다.

<표 참조> 의료계에서는 『국내에 없는 약품중 대용약조차 없는게 허다하며 대용이 있는 것도 효능이 떨어져 매년 수만명 이상이 사경을 헤매도 대책이 없다』며 『의협을 통해 수차례 이들약품 수입등을 요구했지만 반영된게 거의 없다』고 분개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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