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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골치아픈 선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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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유럽연합(EU)이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선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대(對) 팔레스타인 일방적 분리조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분리조치안엔 팔레스타인이 독립하면 영토가 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가운데 가자에서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수시켜도 서안에는 6개 이스라엘 대(大)정착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서안에) 대규모 정착촌이 존재하는 등 새로운 현실을 감안할 때 중동평화 최종안이 이스라엘 영토를 1949년 당시 휴전선으로 돌리는 것이 돼서는 비현실적"이라며 "팔레스타인 난민은 장차 건국될 팔레스타인 독립국에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외교담당 대표 하비에르 솔라나는 15일 "유럽은 67년 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인 6일전쟁 당시 서안과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따라서 솔라나의 주장은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EU 의장국인 아일랜드 외무장관으로 회원국 외무장관 모임 대표인 브라이언 코언도 "6일전쟁 이후 점령한 땅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분리조치안은 위험하며, 이를 전폭 지지한 부시의 태도는 골치아픈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양국 간 안정과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일정표(로드맵)에 따라 논의가 진행돼야 하며, 모든 협상 과정에서 양 당사국의 이해는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국은 정직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버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37년 만에 처음으로 정착촌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점"이라며 "이는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며 최종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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