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외교 성숙해져야 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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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를 앞두면 어느 나라나 대내외정책이 영향받게 마련이다.그때문에 중요한 국사(國事)나 국제문제들이 왜곡되거나 관심밖으로밀려나는 수도 있다.
그런 탓인지 한반도주변에서 최근 몇년동안 보기 드물었던 난기류(亂氣流)가 감지되는데도 정부의 상황인식은 둔감한 느낌이다.
붕괴설까지 나오는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북한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미(韓美)간의 이견(異見), 독도(獨島)문제로 깊어진 한.일(韓日)간의 외교적 앙금등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뿐만 아니다.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시위는 동북아 전체의안보라는 틀에서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이미 나타나고 있는미국.중국간의 경쟁관계와 갈등을 비롯,주변국가들의 군비증강을 촉발해 지역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더욱 이 한반도주변 4강의 하나인 러시아가 우리에게 실망해 그동안 일방적이라고 할만큼 우호적이던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 접근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무리 선거를 앞두었다 해도 정부나 정치인들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통일기반조성을 위해 대외적인 문제는 국내정치와는 따로 떼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전략을 마련하고,신중한 외교를 통해 국익(國益)을 확보하도록 노력해 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20일부터 시작되는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의 중국과 미국방문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孔장관의 일정은 두 나라와 의논해야 할 쌍무적인 일들로 짜여 있다.중국과 대만해협의 긴장에 대한 문제,한.미간의 대북( 對北)정책 공조문제등도 포함돼 있다.물론 하나하나 모두 중요한 문제들이다.그러나 외무장관의 이번 여정(旅程)은 한반도주변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인 구도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바람이다. 이같은 중요한 시기에 한반도상황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할 주변 강국들과 외교적인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외교로 주변강국의 협력과 지지를 얻어내 통일을 이룩해낸 독일의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그러기 위해서는 상 황인식이 정확해야 한다.주변의 이익구도가 바뀌어 새로운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있는데,냉전시대의 사고와 행동에 매어 있어서는 안된다.탄력적이고도 신중한 외교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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