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촛불집회’ 단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단체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촛불집회 등에서 전교조가 지지하는 주경복 후보를 밀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시위대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직적 지원 운동=26일 오후 4시30분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인터넷 카페 ‘바른 교육을 위한 시민의 선택’의 네티즌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일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토론회 도중 20~30대 청년 10여 명이 ‘XXX 후보가 교장들에게 식사 대접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의 사본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이를 막으며 “유인물 내용을 보여 달라”고 하자 “선관위는 이럴(방해할) 권한이 없다”며 몸싸움을 벌였다. 선관위 직원이 사진을 찍자 이들은 직원을 둘러싸고 “신분증을 제시하라”며 밀쳤다.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인 청년들은 시위대 사이로 사라졌다. 이날 47명의 선관위 직원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집회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직원들이 총동원됐지만 선관위가 물리력이 없어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뒤 ‘학교자율화반대청소년연대’ ‘10대연합’ ‘전국청소년학생연합’ 등 청소년 단체가 ‘7·26 청소년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주경복 후보가 청소년의 문제점을 정확히 보고 대안도 청소년들의 현실에 적합하다”며 자신들이 작성한 ‘서울시 교육감 청소년 정책 평가 분석표’를 공개하려다 “후보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선관위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유세차량을 탄 주경복 후보가 청계광장에 도착했다. 주 후보는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힘입니다. 꼭 투표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주 후보가 퇴장하자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이날 집회의 주제는 ‘0교시·우열반 반대’였다. 청계광장엔 ‘7월 30일 꼭 투표해 주세요’라는 현수막들이 걸렸다. 무대에선 죄수복을 입고 목에 칼을 찬 청소년들이 “미친 교육에서 풀려나도록 7월 30일 꼭 투표해 달라”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도심의 ‘촛불 활극’ 재현=집회를 마친 1500여 명(경찰추산)의 시위대는 오후 9시부터 거리로 나섰다. 차단에 나선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했다. 몇몇 시위대가 우산 등으로 전경의 헬멧을 내리쳤다. 일부 전경도 방패를 휘두르며 맞섰다. 몇몇 전경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구타당했다. 조선일보 주모 사진기자는 시위대에 붙잡혀 메모리카드를 뺏기고 폭행을 당했다.

오후 11시가 넘자 전·의경이 투입됐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시위대를 보신각 주변 인도로 밀어냈다. 시위대는 종로 일대 차도를 돌며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밤샘 시위 과정에서 42명을 연행했다.

27일 오전 1시쯤엔 만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도로 점거 중인 시위대를 들이받는 사고도 발생했다. 종로경찰서는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진모(42·여)씨 등 시위대 6명을 들이받아 부상 입힌 혐의로 회사원 조모(28)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94%였다.

목격자들은 “시위대와 차가 뒤엉킨 상황에서 승강이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깃발 든 사람들이 많아 두려웠다. 시위대가 유리창을 깨고 올라타 두려워 사람을 치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해 왼쪽 눈 밑에 골절상을 입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저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총파업을 지시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충형·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