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이도헌 상무는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이슬람권에 달러가 넘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 영역은 글로벌 IB가 선점했지만 이슬람 금융권은 그들도 이제 막 시작이라 겨뤄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이슬람 금융권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시장의 블루오션=이슬람 금융권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풍부한 오일달러 때문이다. 더욱이 이슬람권에선 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다. 미국·유럽보다 대출금리가 연 1.5%포인트 정도 낮다. 5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 대부분인 것도 매력적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IB들이 공략하지 않아 싼 값에 묻혀 있는 돈이 널렸다.
물론 이슬람권 자금이 모두 샤리아의 적용을 받는 건 아니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서 활동 중인 중동의 국부펀드 가운데 샤리아의 적용을 받는 곳은 없다. 하지만 미국의 반 이슬람 정책 때문에 샤리아의 적용을 받는 자금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증권과 자문계약을 한 바커 박사는 “현재 전 세계 무슬림의 5%가 이슬람 금융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3조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5억 달러에 불과하던 이슬람 채권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600억 달러가 넘었다. 바커 박사는 “단순히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뿐 아니라 무슬림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나 투자은행(IB) 업무 등 성장의 여지가 큰 분야가 널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증권이 바커 박사와 자문계약을 한 것도 수쿠크 발행을 위해서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이슬람 금융권에서 수쿠크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윤성일 신사업추진본부장은 “이슬람 투자자가 한국 부동산이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샤리아에 맞는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슬람 금융 진출을 선언한 굿모닝신한증권도 말레이시아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고 팜오일 농장에 투자한 데 이어 조만간 수쿠크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국내 금융사는 법에 열거한 상품만 팔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리스트에 수쿠크가 없다. 이중과세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이 직접 집을 사서 임대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법인세 외에 집을 소유하는 데 따른 세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이슬람 금융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경민·최현철 기자
◇수쿠크(Sukuk)=이슬람 채권을 일컫는다. 율법에 따라 이자를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도 은행이 집을 사서 임대하고, 원금과 이자는 수수료로 상환받는 형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