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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수박 없는 여름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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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16면

한더위의 갈증 해소제인 수박을 빼놓고는 여름 한철을 지낼 수 없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91%로 구갈(口渴)을 빠르게 없애준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고 햇볕을 쬐어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는 냉수보다 낫다. 물과 달리 당질(탄수화물·8% 함유)·단백질·항(抗)산화물질·비타민A·칼륨·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먹고 나면 금세 힘도 난다(100g당 40㎉). 수박의 당질은 대부분 체내 흡수가 빠른 과당·포도당이어서 섭취하면 바로 에너지로 바뀐다.

‘수분 저장 탱크’인 수박의 주산지는 건조한 지역이다. 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이 원산지며, 중국의 실크로드 일대에서 재배되는 수박이 유명하다. 『맛보기 전엔 죽지 마라』의 저자 이시다 유스케는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박 속에 한 방울 한 방울 모이는 광경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고 적기도 했다.

수박은 ‘자연의 이뇨제’란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뇨 작용을 돕는 시트룰린과 아르기닌(둘 다 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한 덕분이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몸이 쉬 피로해지고 잘 붓는다. 신장기능이 약하거나 소변량이 적거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수박은 추천할 만하다.

수박엔 라이코펜이란 항산화·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 라이코펜은 토마토·파파야·핑크빛 포도 등에도 함유돼 있는 붉은 색소 성분이다. 미국에선 라이코펜이 전립선암 등 암 예방 성분으로 통한다.

수박엔 또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먹으면 장 운동이 활발해진다(변비 예방). 혈압 조절에 유익한 칼륨도 풍부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수박은 고려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거란족으로부터 종자를 얻어 처음 심었다는 것이다. 또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속이 타고 열이 나는 번갈(燔渴)과 서독(暑毒·더위로 인한 독)을 제거하는 데 쓴다.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피똥을 싸는 혈리(血痢)·입이 허는 구창(口瘡)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처방된다”고 적혀 있다. 한방에선 몸을 차게 하는 수박을 밤보다는 낮에 먹으라고 권장한다. 냉증(冷症)·장염·설사기가 있는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다.

“수박 씨를 먹으면 배앓이·맹장염에 걸린다”는 속설 때문에 일부러 씨를 빼고 먹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우리 몸은 수박 씨를 분해·소화하지 못하므로 씨를 삼키면 대변으로 배설된다. 수박은 원래 과육보다 씨를 먹기 위해 재배된 과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중국·아프리카에선 수박 씨로 짠 기름을 식용유로 쓴다. 수박 씨엔 단백질·지방·비타민B군 등 유익한 성분이 많다. 특히 시트룰린이 많이 들어 있다. 입이 궁금할 때 씨를 씹어 먹으면 붓는 것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유익하다. 중국인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돼지고기를 섭취할 때 말린 수박 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먹기도 한다.

수박을 먹을 때 온도는 10도가 적당하다. 냉장고에서 꺼낸 뒤 바로 먹기보다 30분가량 지난 후 먹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일본인은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기도 한다. 과육이 단단해져(수분이 빠져나와) 더 아삭해지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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