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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다치바나키外 지음 "승진의 경제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직장인의 한결같은 소망은 승진.잠에서 덜 깬 부스스한 눈으로아침마다 짜증나는 출근길을 내달려 빌딩숲으로 찾아드는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높은 자리에 앉은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 정상에 오를 수는 없는 법.그렇다면 누가 임원이되고 누가 중도탈락하는가.또 승진에는 어떤 자질과 과정이 요구되는가.다치바나키 도시아키(橘木俊詔)교토대 교수등 일본의 경제전문가 10명이 집필한 『승진의 경제학』(푸른숲 刊)은 이같은직장인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준다.
이 책은 2천곳이 넘는 일본기업 화이트컬러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과 각종 실증 자료를 기초로 승진과 승급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우선 회사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려면 영업.제조부문을 거친사람이 유리하다.반면 연구직과 해외근무 경험은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필수적인 자질은 협동정신과 공평성.풍부한 지식과 치밀한기획력은 그 다음이다.명문대 중심의 학연에 따른 영향도 만만찮다.임원의 절반을 12개 명문대 출신이 차지했다.조사 당시 일본의 4년제 대학은 2백50여곳.전문지식보다 명문대 출신인 상사의 배려에 따라 중요한 부서에 배치받는 경우가 많았다.명문대출신들의 폭넓은 인맥이 관련업 무 처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다. 반면 이들은 정신적 혹은 성격적 측면에서 일반대 출신보다낮은 평가를 받았다.명문대 출신이라는 자만심이 오히려 정신력을해이시키고 보호막이 두텁다보니 전인격적 태도로 사회생활을 꾸려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내부근속연수,중소기업은 외부경험연수가 높을수록 승진이 빨랐다.샐러리맨의 첫번째 목표인 과장에 빨리 오른 이들은 강한 출세욕으로 무장,직무이상으로 충성하고 취미등 업무외 활동에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또 본인의 능력보 다 상사의 끌어주기가 위력을 발휘했다.
연봉제 도입등 능력주의 인사의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연공서열을 고집하는 곳보다 실적을 우선하는 기업의 근로의욕이 일단 높았다.하지만 객관적 기준없이 단순히 능력주의를 앞세운 기업의 실적은 향상되지 않아 공정한 평가시스템 마련이 과 제인 것으로드러났다.
승진 격차가 나타나는 때는 입사후 10년 무렵.한번 벌어진 격차가 끝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문과 출신은 부서를 옮겨가며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나타났지만 이과의 경우 정반대였다.
또 문과출신이 출세지향적이고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하는 정도도 높아 흥미롭다.반면 이과출신은 승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발휘하는 직장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또 임원 자질에 대해서도문과는 공평성.인덕을, 이과는 아이디어와 모험 심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이 책은 데이터의 꼼꼼한 정리라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통계분석으로 읽기에 어려운 면도 있다.또 일본의 상황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와 직접적 관계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샐러리맨들의 솔직한 육성을 자료로 구성,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는 우리 직장인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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