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객 상대 폭행 줄이려면 보행 장애물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심의 밤거리를 지나다니기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장애물도 많다. 마치 곡예를 하듯 요리조리 피해가야 할 정도다. 가로수, 전신주, 공중전화 부스, 휴지통, 교통신호 제어기, 소화전, 가두 매점, 구두수선소는 그렇다치더라도 불법 주차 차량, 불법 입간판 등 옥외 광고물, 생활 정보지 가두대까지 가세해 보행자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에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취객까지 있다면 귀가길을 서두르는 사람에겐 정말이지 주먹으로 한방 먹이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된다.

 이미지 대체 택스트
취객의 입장에선 폭행을 당하면 무방비 상태다. 응급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해 생사를 넘나들기도 한다.

술꾼들이 길에서 헤매지 않고 집으로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으려면 도심의 길거리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 화제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 대학의 ‘폭력과 사회 연구소’ 사이먼 무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거리를 새로 디자인하면 취객이 길을 더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도심의 야간 폭행 사고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17∼18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범죄과학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다. 도로 상에 보행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들을 최소화하면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야간 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사이먼 무어 교수는 “취객들은 일반 보행자들이 목표 지점까지 가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들을 짜증나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주자들이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음주자들의 행동을 컴퓨터 모델에 입력하기 위해 카디프 중심가 24개 지점에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부터 새벽 3시에 이곳을 지나는 보행자들의 음주 여부를 조사한 뒤 이들의 걷는 모습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25%는 매우 취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비틀거렸다. 보행자의 20%가 비틀거리며 지나갈 때 전체 보행자의 이동 속도가 9% 감소한 반면 전체가 취했을 때는 보행 속도가 38%나 감소했다.

보행 속도가 감소해지면 거리가 더욱 혼잡해지고 이로 인해 주먹다짐 등 폭력 사고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매우 취한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에게 시비를 걸다가 두들겨 맞을 가능성이 높다.

임이랑 대학생 인턴기자(동국대 정치외교학과 4년)ㆍ김윤희 대학생 인턴기자(동덕여대 경영학과 3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