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글·사진 이은주 기자
-책이 나온 이후 중국 내외에서 꾸준히 관심을 모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자들이 항상 묻는 질문이다(웃음). 국내서 관심을 끈 이유와 해외에서 주목한 이유가 좀 다른데 먼저 중국 얘기를 하겠다. 무엇보다도 중국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늑대’를 본받자고 말해서 그런 것 같다. 유교에서 늑대는 ‘악’의 상징이다. 내가 이를 예찬했으니 충격도 받고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 치밀한 조직력과 기동성, 그리고 경쟁을 좋아하는 늑대의 습성을 강조한 때문인지 기업가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생소한 몽골 초원의 얘기를 그린 점, 생태문제를 제기한 점도 관심을 끌게 된 요인이었다고 본다. 대신 해외 언론에선 중국인들이 왜 이 책에 열광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21세 때 내몽골 올론초원에서 생활한 것, 늑대에 매료돼 늑대를 직접 기르고 함께 생활한 것 등 70%가 사실이다.”
-체험에서 소설이 나오기까지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때를 기다려야 했다. 우선 나 자신이 변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한족인 내가 한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유목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책도 많이 읽어봐야 했다. 일찌감치 책을 완성했다고 해도 ‘반동 분자’로 몰리는 게 두려워 감히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평론가(볼프랑 쿠빈· 중국문학전문가)는 이 책이 “파시스트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이해를 못 했다. 나는 각 민족의 평등과 상호학습(서로 장점을 배움)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내가 숭배하자고 하는 늑대의 정신은 남을 침략하고 죽이는 ‘야만의 늑대’가 아니다. 강인하고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경쟁할 수 있는 ‘문명의 늑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도 문명의 늑대라고 본다. 경제·축구·바둑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인들과 겨루고 이들을 이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의 농경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중국 농경문명의 치명적 결함은 격렬한 생존경쟁이 없었다는 데 있다. 중국인들은 2000년 이상 소농의식에 젖어있었다. 자유를 두려워하고 보수적이고 순종적이고 경쟁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뜻을 표현할 줄 모르고 억압받는데 익숙한 이런 삶에서 개혁이니 민주화는 먼 얘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성을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집단’을 강조했다는 인상이다.
“중국이 안고 있는 병은 ‘집단적’ 병이다. 이 과정을 넘어서야 개인을 강조할 수 있다. 노신도 중국의 이 같은 집단병을 ‘가축성’(온순한 성격을 강조한 것)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지금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신사상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2년 전 『狼』(동방미디어)이란 제목으로 번역·출간됐으나 주목받지 못했다가 최근 재출간됐다.
“한국인들이 이 책을 통해 중국인의 변화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은 불굴의 의지를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리라 믿는다. 늑대는 길여지지 않는 동물의 전형이자 자유의 상징이다. 또 초원이 어떻게 사막화됐는지에 대한 생태문제를 지적한 점도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마치며 “해외여행도 하느냐”고 물었다. 개방성과 진취성을 예찬한 저자 자신이 중국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 그가 말하는 ‘늑대의 세상’을 직접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해보고 싶지만 그것(해외여행)은 복잡한 일”이라고 답했다. “세계 곳곳에서 요청은 받지만 단 한 곳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18개월을 복역했다.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복역 이후 더 이상 강단에 설 수 없었다”는 그는 “해외여행은 정치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