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영화] 영국의 공적 호주엔 의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네드 켈리 ★★★ (만점 ★ 5개)
감독 : 그레고 조단 등급 : 15세 장르 : 드라마

주연 : 히스 레저.올란도 블룸.나오미 왓츠

20자평 : '보니 앤 클라이드'가 식민지 저항 운동을 하면 이런 모습 아닐까.

때는 1800년대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 푸르른 초원이 펼쳐진 평
화로운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발목까지 빠지는 진창길이 이어지고 땅은 척박해 쟁기질도 힘들다. 또 영국에서의 신분제가 그대로 유효해 아일랜드계는 여전히 천대받고 영국인 경찰은 거드름을 피우며 빈민가 청년들에게 괜한 시비를 건다.

네드 켈리라는 실존 인물은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다. 싸움질이 아니고는 분노를 폭발할 방법이 없는 막다른 청춘이었다. 그래서 날린 주먹 때문에 철창 신세도 진다. 그러다 여동생을 짝사랑하는 영국인 경찰의 모함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망자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는 법. 자신을 추적하는 경찰을 사살하고, 은행을 턴다. 켈리는 은행에서 보유한 농부들의 담보 채권을 태워버리고, 돈을 빼앗아서는 농부들의 토지 임대료를 대신 내준다. 소수의 영국인들에게 억눌려 지내던 사람들은 켈리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급기야 켈리는 영국인 경찰과 본토인들의 '공적'이 된다.

영화 '네드 켈리'는 호주라는 나라의 역사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거리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도, 다른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호주의 역사는 신선한 소재는 될지언정 큰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호주를 위한, 호주에 의한' 영화로 그칠 공산이 크다. 호주 출신의 히스 레저와 나오미 왓츠의 열연이 돋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까. '샤인'의 제프리 러시가 영국 본토에서 파견된 이성적인 총경 역을 맡아,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켈리와 대립각을 세우며 출중한 연기를 보여준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