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지진속도계 ‘대충대충’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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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하는 위치 파악과 진앙 분석을 위해 전국에 42개의 지진속도계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16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다른 기관의 지진속도계와 너무 가까운 15㎞ 이내에 설치돼 있다. 특히 진주관측소 지진속도계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는 경상대 지진속도계와 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상대 관측소는 2000년 11월 관측을 시작했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진주관측소는 5년 뒤인 2005년 12월 설치됐다.

반면 거창·대관령·안동·원주·흑산도의 지진속도계는 다른 것과 40㎞ 이상 떨어져 있다. 대한지구물리학회가 2002년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심도를 결정하기 위한 관측소 사이의 최대거리는 30㎞”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기상청에 제출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진속도계 한 대 가격은 7000만원 선이다.

지진속도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돼 정확한 지진 측정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10~11월 실시한 ‘지진정보시스템’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지진관측소를 세울 지역의 우선순위도 정하지 않고 기상청 담당 공무원이 적당히 관측소의 위치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진속도계가 몰려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멀리 떨어진 곳도 있어 지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전력연구원·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운영하는 49개 지진속도계 가운데 30개로부터는 관측 자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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