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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쏘 ~ 옥 쏙 빼먹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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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케밥 만들기(난이도=중)

▶준비시간=48시간

▶요리시간=5~8분

▶재료(4인분)=껍질 벗긴 닭다리살 800g, 우유 1컵, 소금 1과1/3작은술, 갈은 후추 1/2작은술, 고운 고춧가루 1작은술, 토마토페이스트 3큰술, 식용유 3큰술

▶준비물=숯불과 바비큐용 쇠 꼬챙이 4개

▶만들기=큼직하게 썬 닭다리살을 우유에 재워 냉장고에 24시간 둔다. 닭다리살을 건져 소금.후추.고추가루.토마토페이스트에 고루 버무린 뒤 식용유에 재워 냉장고에 다시 24시간 둔다. 바비큐용 꼬챙이에 차곡차곡 꿰어 숯불에 타지 않도록 돌려가며 5~8분간 구워낸다.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태양은 붉게 물들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저녁 노을이 되어 에게해에 툭 빠져버린다. '여행지에 마음을 두고 오지 않는다'는 내 자신의 황금률이 터키에서 처음으로 깨져버렸다.

다 챙겨오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이 에게해에, 카파도키아에, 블루모스크에 한동안 맴돌았다. 지중해를 끼고 유럽과 아시아의 건널목에 위치한 터키의 음식은 여러 민족의 음식문화가 혼합돼 독특한 맛과 뛰어난 담음새로 나타났다.

프랑스 요리.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의 3대 미각에 꼽히는 터키 음식의 중심엔 '케밥'이 있다.

케밥은 구이를 뜻하는 터키어.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의 식사를 위해 움푹 파인 돌에 고기를 매달고 돌려가며 숯불에 익혀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랜 유목 생활을 하며 쌓아온 육류 요리의 진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기를 꼬챙이에 낀 '쉬쉬 케밥', 얇게 저며 만든 '도네르 케밥', 다진 고기를 익힌 '아다나 케밥' 등 종류만도 300여가지나 된다고 한다.

새벽 달과 별을 친구 삼아 갑바도키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길이었다. 너무 일러 시원찮았던 아침식사로 점심시간 훨씬 전부터 배고픔이 시작됐고, 오후 1시쯤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도착한 레스토랑. 정원에서부터 풍기는 케밥 굽는 냄새가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코를 유혹한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자 수직 그릴에서 천천히 돌며 구워지고 있는 케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엔 그릴의 열기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주방장 핫산이 잘 익은 케밥의 겉면을 긴 칼로 야채 껍질 벗기듯 아래 위를 얇게 쓱쓱 잘라내고 있다.

요리 과정을 신기해 하며 관심을 보이자 그의 자상한 설명이 시작된다.

"양고기 다리 살과 다진 쇠고기와 얇게 썬 쇠고기를 양념에 하루 동안 재워 긴 봉에 겹겹이 두툼하게 쌓듯이 감은 후 그릴에서 돌려가며 구워요."

자신의 몸을 빙글빙글 돌리는 몸짓까지 보이며 가르쳐 준다. 그릴의 불이 너무 세면 고기의 겉만 타버리므로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주의도 빠뜨리지 않았다. 슬슬 신바람이 난 핫산은 손수 케밥을 만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양념된 양고기.쇠고기.닭고기.생선.채소들을 차례로 쇠꼬챙이에 꿰어 뻘건 숯불 화덕에 올린다. 재료를 다루는 손놀림이 어찌나 놀라운지 이은결의 마술쇼를 보는 듯했다.

"수백 종류의 케밥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쉬쉬 케밥이지요. 쉬쉬는 꼬챙이란 뜻으로 간편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꼬치구이라 여기면 됩니다."

화덕에 올려놓은 꼬치에서 기름이 밑으로 뚝뚝 떨어진다. 고기 익는 냄새가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핫산이 잘 익은 꼬치 하나를 골라 맛보라며 나에게 내밀어 줬다.

평소 양고기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는 터라 조심스럽게 베어 문 순간 스르르 눈이 감기며 "으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놀랍게도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고, 고기 결도 아주 부드러웠다.

숯불에 그을린 향은 코와 입 안을 향긋하게 굴러다녔다.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내가 먹어본 최고의 케밥"이라 했더니 핫산이 만족해 하며 활짝 웃는다. 그 후에 아이발륵에서도, 이스탄불 뒷골목에서도 향긋한 케밥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주방 창문 너머로 벚꽃이 꽃비 되어 내리고 노란 개나리가 눈에 가득히 들어온다. 창문을 여니 라일락 향기를 실은 봄바람도 상큼하다. 혼자 즐기기엔 가슴이 벅찬 봄이라 휴대전화 단축 버튼을 눌렀다. 함께 행복해 할 얼굴들을 떠올리며 터키빵인 '트르나클리 피테'를 준비하고, 주방에 케밥 냄새를 가득히 담으며 하루를 분주히 보낸다.

글=백지원(동남아 음식 전문가)

사진=변선구 기자

*** 케밥, 쉽고 맛있게 구우려면

① 바비큐용 꼬챙이가 없으면 대나무로 된 산적용 꼬치를 쓰세요. 대나무를 쓸 경우엔 30분 동안 물에 담가두어야 케밥 구울 때 타지 않아요.

② 숯불을 쓰기 번거로우면 그릴에 구워도 됩니다.

③ 닭다리 대신 양고기.쇠고기.생선으로 변화를 주며 구어 드세요.

④ 고춧가루나 후추의 양을 가감하면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⑤ 방울토마토.풋고추.대파 등 채소와 함께 구워내면 색감도 좋고 영양면으로도 충실해집니다.

⑥ 양파를 채썰어 물에 한번 헹군 뒤 고춧가루.소금.레몬즙으로 버무려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해져 케밥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⑦ 마늘을 좋아하면 양념에 재울 때 다진 마늘(1큰술)을 넣는 것도 좋습니다.

*** 케밥이 맛있는 레스토랑

▶메르하바=터키에서도 케밥으로 유명한 우르파 출신의 주방장이 터키 케밥을 그대로 재현하는 곳이다. 큰 숯불 화덕에서 갓 구워낸 케밥을 터키 주방장의 우리말 설명으로 즐길 수 있다. 양고기 냄새가 없으면서도 담백한 양갈비 케밥이 2만9000원. 양고기가 익숙지 않다면 닭고기 스테이크 케밥(1만9000원)을 권한다. 한남동 순천향 병원에서 윗길로 넷째 건물. 02-794-3182.

▶파샤=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세가지 코스의 런치 스페셜 세트 메뉴를 제공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케밥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다나 케밥 세트, 도네르 케밥 세트가 1만~1만2000원. 케밥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종업원들이 메뉴 고를 때 친절하게 도와준다. 강남역 5번 출구에서 교대방향 첫 길에서 오른쪽을 돌면 위치. 02-593-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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