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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건강한 노년 5가지 도움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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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질병, 그리고 고독과 무위(無爲)를 노년의 네가지 고통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week&팀은 이를 바탕으로 노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다섯 가지 문제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다각도로 접근해 봤다. 여기에 적힌 내용만이라도 꼼꼼히 챙긴다면 분명 노년을 지금보다 더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재테크

*** 인천의 박모(73)씨. 자식들 사업에 쓰라고 퇴직금을 내놨다가 손자들에게 용돈 주기도 버겁게 됐다. 자연히 손자들도 할아버지를 외면하게 됐다.

여생에 대비하려는 60, 70대들의 재테크엔 크게 두가지 '함정'이 있다. 가급적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것과 원금을 까먹지 않으려는 태도다.

1970 ~ 80년대 부동산 붐을 잊지 못하는'기억 효과'와 더 이상 돈을 못 벌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자율 4% 안팎의 '초저금리'시대. 따라서 다른 작전이 필요하다.

우선 임대료 등 고정 수입이 생기지 않는 부동산을 무작정 껴안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원금보장형 금융상품만 고집하면 저금리.수수료 등 때문에 결국엔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8대 2'또는 '7대 3'배분 작전이 필요하다.

예컨대 현금 1억원이 있다면 이 중 2000만원 정도는 금리가 높은 신탁형 상품에 돈을 굴리는 것이다. 요즘처럼 증시가 괜찮다면 원금도 보존하고 적어도 5 ~ 7%대의 이자를 챙기는 노후연금신탁 같은 상품을 권할 만하다.

유산 상속 부담이 없다면 즉시연금식 보험도 괜찮다. 계약 조건에 따라 10년~사망 때 원금에다 이자를 더해 매달 조금씩 돌려받는 상품이다. 1억원을 한꺼번에 부었다면 매달 6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 도움말=외환은행 오정선 PB팀장(노후에 호강하는 사람, 노후에 고생하는 사람 저자).우리은행 김인응 재테크팀장

▶ 성

*** 강모(63.서울 가양동) 씨는 얼마 전 비뇨기과를 찾았다. 성생활을 위해 뱀탕.보약 등 좋다는 건 다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늙으면 사랑도 못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건강하게 성생활을 즐기는 노년층이 심장병에도 덜 걸리고 더 오래 산다. 그러나 몇 달, 몇 년간 성생활을 안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비아그라 한알로 변강쇠가 되는 건 아니다. 꾸준히 성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들은 폐경기 이후 호르몬 변화 때문에 질벽이 건조해진다. 게다가 지병이라도 있으면 성생활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땐 성생활용품점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여성용 젤'이 도움이 된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중요한 건 부부 간 정서적 교류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나누도록 노력해보자. 삽입 성교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서로 쓰다듬고 안아주는 유희부터 즐겨본다.

혼자된 경우 이성 교제도 나쁘지 않다.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재산 문제 등이 얽혀 자식들이 결혼을 반대한다면 혼인 신고에 얽매이지 말고 깊은 교제만 계속해 볼 만도 하다. 꼭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사람을 젊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또 하나,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할 때는 성병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기를.

◆ 도움말=중대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

▶ 일

*** 정두호(67)씨는 햄버거를 즐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면서 그렇게 됐다. 임금은 시간당 3000원. 그는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구직시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노인은 누구일까. 인맥이 두터운
고위 공무원 출신? 금융 정보에 환한 재무통?

그보다 더 구직 0순위로 꼽히는 사람은 컴퓨터를 할 줄 아는 노인이다. 번역 같은 고급 직업은 물론 사우나방이나 식당 같은 데서 일하더라도 요즘은 컴퓨터 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자격증을 따는 등 미리 준비했다면 더할나위없지만 무작정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면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교육기관 강사나 청소년 선도위원 등 금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봉사형.보람형'직업은 상관 없지만 '생계형'직업은 경비직.주차직.청소직.택배 배달 등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이다. 체면을 생각하거나 현업에서 뛰던 시절과 비교하며 일자리를 고르다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한달 급여는 대개 60대 초반은 80만~ 90만원, 60대 중반 이후는 60만 ~70만원선이다.

둘째, 당연한 얘기지만 취업문이 좁은 만큼 구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시 고령자 취업 알선 센터(1588-1877)나 실버 취업 박람회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 도움말=서초 노인종합복지관 서재익 관장
노원 노인종합복지관 박준기 연구개발부장

▶ 건강

*** '87세 할머니, 마라톤 완주''칠순 할아버지 해발 7000m 고봉에 도전'.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가지만 지키면 삶이 거뜬해진다.

60대 이상 노년층들에겐 건강하게 사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다.

장수하려면 다음 두 가지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하나는 동맥의 노화를 막는 것이다. 특히 심장과 뇌로 이어지는 동맥 노화에 신경써야 한다. 암 예방도 중요하다. 실제로 노년층이 듣기 싫어하기 때문에 성인병이라고 부를 뿐이지 엄밀하게 말하면 암은 가장 대표적인'노인 질환'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식이요법과 운동이 필수다. 우선 지방과 칼로리 섭취를 젊었을 때보다 줄이자. 대신 노인들은 비타민.미네랄.무기질 등 영양소를 챙기는 게 성장기 아이들만큼 중요하다. 여성들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 섭취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운동도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매일 하면 신체가 유연해진다. 그러면 거동 장애도 막고 평형감각과 순간 반응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은 소화기능을 좋게 한다. 노인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도 신경써야 한다.

◆ 도움말=서울 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 교수(전한국노인병학회회장)

▶ 대인관계

*** 김규연(71)씨는 동네 노인정에 자주 들른다. 다른 노인들과 게임하는 재미에 빠졌다. 김씨는 "게임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외로운 게 아픈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노년에 인간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노년 인간관계의 중심은 뭐니뭐니해도 가족이다. 남성들은 은퇴 전까진 주로 직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꾸려왔기 때문에 가족 내 역할이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관계의 중심이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으로 바뀌면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은 철저히 깨야 한다.

할아버지라도 간단한 속옷 빨래나 라면 끓이기, 청소기 돌리기 등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재떨이 가져와"식의 명령조 말투는 입 밖에 꺼낼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권위주의적 모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부부 사이엔 취미를 함께하는 등 공통의 화젯거리를 늘리는 게 급선무다. 밖에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 기존의 인간관계를 깨지 않고 유지시키는 편이 현실적. 조금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다면 김규연 할아버지처럼 노인정 등을 찾을 만하다. 팀을 이뤄서 하는 게임 같은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은퇴한 뒤 스스로 '왕따'를 원한다면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과거 얘기만을 늘어놓으면 된다.

◆ 도움말=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서혜경 교수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정선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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