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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세아들 법정서 주먹질-全.盧씨 재판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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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전직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신군부 핵심이 12.12및 5.18사건의 피고인으로 출두한 11일의 서초동 서울지법은 마치 12.12당시 경복궁모임을 재현한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이날 법정에 선 16명의 피고인들은 모두 장성출신으로 이들의전역당시 계급을 모두 합칠 경우 별의 수가 50개에 달해 이번재판은 사상 최대규모의 「별들에 대한 재판」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들 16명중 예비역대장만도 全.盧전대통령을 비롯,유학성(兪學聖).황영시(黃永時).이희성(李熺性).차규헌(車圭憲).정호용(鄭鎬溶).박준병(朴俊炳).최세창(崔世昌)피고인등 육군출신 9명과 공군출신 주영복(周永福)피고인을 포함,10명 에 이르며장세동(張世東)피고인이 육군중장,신윤희(申允熙).박종규(朴琮圭)피고인이 육군소장,이학봉(李鶴捧).허삼수(許三守).허화평(許和平)피고인은 육군준장 출신.
이들의 12.12당시 별의 수는 모두 25개였으나 사건이후 2배로 늘어나 이들이 고속승진가도를 달렸음을 입증했다.
◇법정주변=이날 오전 법원 정문에는 방청권을 얻기 위해 몰려든 일반인 1백여명과 방송중계.보도차량 50여대로 어수선한 분위기. 방청권 암표값은 한장에 50만원을 상회했다는 후문.
AP.AFP.UPI.로이터등 외국 통신사와 CNN.NHK등 방송사,뉴욕타임스및 아사히.요미우리신문등 외국언론사 취재진도 오전6시부터 나와 이번 공판에 쏠린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
법정에는 이원홍(李元洪)전문공장관,김진영(金振永)전육참총장,이필섭(李弼燮)전합참의장,최석립(崔石立)전청와대경호실장,최웅(崔雄)전주폴란드대사,김재명(金在明)전지하철공사 사장등 군출신 5,6공 인사들이 대거 방청.
◇호송=구속피고인 11명은 교도소에서 준비한 호송차량을 타고오전9시쯤 서울지법 구치감에 속속 도착.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정호용.이학봉.최세창씨등 3명이 오전8시35분쯤 가장 먼저 구치감에 도착한데 이어 8시59분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허삼수.허화평씨등 6명이 도착.
이들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고개를 아래로 향한채 구치감 통로로 걸어들어갔으며,장세동씨는 잠시 멈춰서서 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였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盧씨는 오전9시쯤 경기2더1062 호송버스를 타고 구치소를 출발,20여분만인 9시20분 서울지법에 도착. 盧씨는 옅은 하늘색 수의, 흰색 고무신 차림에 여유있는표정이었으나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
9시25분쯤 경기 1도1007을 타고 맨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全씨는 『건강이 어떠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두어차례 끄덕여 자신있다는 표정.
◇법정=오전재판이 끝난 낮12시5분쯤 고(故)강경대(姜慶大)군의 아버지 강민조(姜珉祚)씨가 全.盧씨를 비난하자 全씨의 세아들및 측근들이 姜씨에게 폭행을 가하는등 한바탕 법정소란이 일어났다. 재판부가 퇴정한 직후 全.盧씨등 16명의 피고인들이 서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하고 어깨를 쳐주자 방청석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던 姜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두환.노태우,이 살인마들아,너희들이 무슨 스타냐.참회의 빛도 없 이 법정에서 무슨 악수냐』면서 비난한 것이 발단.
그러자 바로 뒷좌석에 있던 전재국(全宰國)씨 등 全씨의 세아들과 측근 5~6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姜씨를 둘러싸고 『야 이새끼야』라고 소리친뒤 이들중 2~3명이 姜씨의 얼굴과 목을 잇따라 강타,3주이상의 진단을 요하는 중상을 입혔 다.
姜씨는 全씨의 세아들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호용씨의 변호인 이진우(李珍雨)변호사는 모두진술 기회를 얻어 『검찰 주장처럼 피고인들이 협박으로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방해했다면 당시 판.검사들의 임용도 대통령이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모두 무효』라며 공소사실의 부당성을 맹공.
김상희(金相喜)부장검사는 盧씨가 12.12의 정당성을 계속 강변하자 당시 경복궁모임 주요 인사들이 쿠데타성공 축하파티에서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피고인 주장처럼 병력 동원이 쿠데타가 아니라 군의 위기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그 직후 이를 자축하기 위해 샴페인까지 터뜨렸느냐』고 일침(一針).
盧씨는 처음엔 『안경을 안껴서 잘 안보인다』고 했다가 『기억은 자세히 안나지만 사진을 보니까 그때 찍은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연희동=이날 서울서대문구연희2동 全씨의 자택은 장남 재국씨등 아들 3명이 오전8시25분쯤 법원으로 떠나고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와 며느리들만 남아 적막한 모습.
全씨의 집과 7백여 떨어진 연희1동 盧씨의 집도 아들 재헌씨가 오전 일찍 법원으로 떠나 부인 김옥숙(金玉淑)씨만 혼자 집에 남아 쓸쓸한 모습.
김상우.정철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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