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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들 2000년대 전망書 앞다퉈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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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문화 분야에서도 서구중심시대가 이미 종말을 고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21세기야말로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인류공통의 「세계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지나치게 순수한 전망일지는 모르지만 귀담아 들어둘만 하다.5년 앞으로 바싹 다가온 21세기.세계 석학이나 지도자들은 인류공영을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먼저 인류문제 전반을 다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2000년대를 위한 비망록』(Agenda for The Third Millennium)이 눈길을 끈다.오는 8월 미국에서 출간될이 저서를 통해 요한 바오로 2세는 21세기 우 리 인류가 보다 평화스런 삶을 꾸려가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산아제한.불임.여성의 권리.종교의 자유.군축 등 현재 국제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가 망라된다.이 책은 발간과 동시에 인류공영에 관심이 깊은 독자와 교인들 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신앙.교회.기도.사랑.역사.악.일.세계.평화.종교 등 10개 장을 통해 교황의 평소 가르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경제분야에서는 최근 출간된 미래학자 레스터 서로의 『자본주의의 미래(The Fu ture of Capitalism)』와 다음달에 선보일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훌륭한사회(A Good Society)』가 눈에 띈다.한가지 흠은 두 책 모두 미국 경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스터 서로 미국 MIT 교수는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미국의 경제적 현실과 관련,무역.기술.그릇된 국가정책 등 3개 요소가 미국 근로자들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서로에 의하면 앞으로 국제교역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숙 련된 노동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미국 근로자들은이제 인도의 엔지니어들이나 대만.중국의 기술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서로교수는 나아가 시장확대와 기술진보로 미국근로자들에게도 업종에 관계없이 전분야에서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된다고 역설한다.
미국의 노동 현실을 보자.각 직종에서 기술적 수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그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근로자들에게는추가 소득이 주어진다.그 때문에 그들과 비숙련공과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미국의 실업자는 현재 7 백50만명.불완전 실업자도 5백만명에 이른다.현실이 이런데도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축소에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경제성장률은2.5%에 그치고 저임금 경제가 지속된다고 한다.
서로교수가 꼽는 20세기말의 5대 격변은 공산주의의 몰락.지식산업의 번창.인구고령화.기업 및 무역의 세계화.국제정치의 다극화현상 등.현재 미국에 두드러지고 있는 저임금.경제성장 둔화.금융제도 붕괴 등도 바로 그런 변화에 적절히 대 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동안 미국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지적됐던 소득 불균형 해소가 급선무라는 것이다.서로교수는 끝으로 교육.기간시설.개발 연구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저축장려정책 등을 제안하 고 있다.
갤브레이스의 『훌륭한 사회』는 탁월한 경제학자로서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그는 경기침체와 높은실업률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권한다.그가 말하는 훌륭한 사회는 환경운동을 필수조건으로 한다 .또 이민문호도 더욱 개방돼야 하고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다 튼튼한 보호망도 구축돼야 한다.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벌어지고 있는 실상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을 느끼는 사회다.
갤브레이스는 사회주의와 철저한 시장경제 모두 바람직한 사회 구축에는 불완전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8월에 출간될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교수의 『문명의 충돌』도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지난 93년에 『포린 어페어스』 지에 발표돼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그의문명충돌론이 더욱 보강될 예정이다.헌팅턴 교수 는 세계를 8개문명권으로 나누고 『21세기에는 이들 문명권의 충돌을 통해 국제정치의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문명권간의 상호이해로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3세계 전문가인 로버트 케이플런이 최근 펴낸 『지구의 종말(The End of The Earth)』은 21세기 초반 제3세계의 정치적 흐름을 짚게 하는 책.저자는 이 책 집필을 위해 서부 아프리카.이집트.터키.이란.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중국.파키스탄.인도.태국.캄보디아 등 여러 지역을두루 돌았다.특히 새로 독립했거나 중앙정부의 지배가 느슨한 아시아 지역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저널리스트적인 날카로운 시각과 환경주의자의 관심이 적절하게 배합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케이플런은 이 지역 국가들의 정부가 한결같이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산업 공해.인구과밀.환경문제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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