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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빨래터’ 진위 논란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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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수근(1914∼65)의 ‘빨래터’ 진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서울대와 도쿄예대에 과학 감정을 의뢰한 결과 ‘빨래터’는 진품”이라는 발표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최명윤 명지대 교수 겸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22일 “과학 감정의 기준작으로 제시된 ‘고목과 여인’은 올 1월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이 수복을 의뢰해 왔으나 위작으로 판단하고 돌려보냈던 작품”이라며 “위작을 기준으로 삼은 이번 감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난 9일부터 인터넷에 ‘스터디 빨래터’(www.studypaletter.com)를 개설, 서울대와 도쿄예대에서 분석한 ‘빨래터’의 과학 감정 자료를 재차 분석하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고목과 여인’(27.6㎝×21.8㎝)은 1980년대 이후에 그려졌다. 그는 “하드보드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이 그림에 사용된 재료(MDF)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80년 이전엔 물에 불린 톱밥을 접착제로 붙여 압축하는 습식 방식으로 하드보드를 제조했고 이후엔 건식으로 만든 MDF만이 유통됐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어 “서울대 검사에서 기준작으로 나온 7점 중 4점은 2003∼2008년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작품들”이라며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돼 있는 이번 과학 감정은 사실상 서울옥션이 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와 서울옥션을 총괄하는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은 최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올 1월 최 교수에게 ‘고목과 여인’을 위작 통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대·도쿄예대에 이를 기준작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고목과 여인'은 '빨래터'와 별도로 양 대학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어떻게 기준작으로 섞여들어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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