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실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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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당의 선거대책위원회는 작전사령부다.큰 승부를 결정하는 곳이다.그래서 각 진영의 난다긴다하는 재사(才士)들이 총집결해 있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영향력은 차이가 있다.이른바 실세는 극소수다.이들 실세가 총선전략의 큰 줄기를 정하고 집행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오너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나머지 사람들은 보기에 따라서는 「선거 기술자」들일 뿐 이다.
신한국당 선대위의 실세는 본부장인 강삼재(姜三載)총장이다.그러나 姜총장도 말그대로 「진짜 실세」는 아니다.현재 여권의 총선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실세는 아무래도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비서관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李수석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배경으로 신한국당의 선거전략을 「기획」하고 집행과정을 「조정」하는데 있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회창(李會昌)선대위의장의 권한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가능하면 李의장이 이번 선거의 「간판」으로 부상하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신한국당의 오너가 金대통령인 이상 李수석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국민회의의 실세는 권노갑(權魯甲)선대위 상근부위원장이다.30년전인 6대 국회이래 그는 말그대로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분신이다.그의 말은 바로 金총재의 말이다.최근에는 국민회의 창당과정에서부터 이번 공천때까지 자금조달.외부인사 영입 .낙천의원 달래기등 대소사를 모두 관장해왔다.
金총재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노갭이」인 셈이다.이번에는 더욱이 선대위 수석부위원장을맡는 한편 66세라는 「노구(老軀)」를 이끌고 총재비서실장을 겸할 예정이다.그의 비중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것같지 않다.
자민련은 한영수(韓英洙)본부장이 단연 돋보인다.지난해 5월 자민련-신민당 통합때 JP와 「첫만남」을 가졌을 뿐이지만 지역구(서산-태안)를 흔쾌히 양보하고 골수야당을 하면서 익혔던 정치감각과 추진력이 느슨한 자민련 조직을 팽팽하게 만들 것이라는판단을 김종필(金鍾泌)총재가 했다는 것이다.
「포스트 JP」를 노리는 박철언(朴哲彦).김용환(金龍煥)부총재와의 총선후 삼각경쟁이 볼 만한 관심거리.일각에서는 韓총무 기용을 JP의 절묘한 용병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옛신민계인 韓총무에게 일을 주로 맡김으로써 자민련내 소수계파의 소외감을 달랜다는 인화(人和)차원의 인사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의 제정구(諸廷坵.시흥)본부장은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김원기(金元基).장을병(張乙炳)공동대표등 「한지붕 세가족」의특수한 당내 상황이 낳은 실세.중립적 성향 때문에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특히 2대표 1고문이 모두 서 울에서 먼 지역에 각각 출마,지역구가 서울에 가까운 諸본부장이 할일은 막중하기만 하다.당내 소장파들은 『오히려 특정계파에 속하지 않은 諸본부장이 하자는 일이라면 지도부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립이 낳을 뚝심」을 기대하고 있다 .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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