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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흐르는 곳 한강

중앙일보

입력

바캉스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바람이 간절하고 물이 그리운 요즘, 시원함 찾아 떠나는 발길이 분주해졌다. 하지만 꼭 멀리 가야 맛인가. 가끔은 지척을 눈여겨 살펴보자. 1000만인의 품, 한강의 재발견은 뜻밖에 새롭다. 구석구석 도사린 휴식과 재미가 더위를 한달음에 씻어낸다. 한강의 물결·바람결 따라 여름이 흘러간다. 


  한여름의 한강은 ‘휴(休)의 한마당’이다. 물살을 가르며 재주를 부리는 수상스키 매니어,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레포츠족, 걷기 열풍에 푹 빠진 아주머니…, 누구든 편안하게 보듬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 와요. 출퇴근길에 동네 헬스클럽 다니듯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이 좋죠. 굳이 멀리 갈 필요 있나요. 팔당댐과 가깝고 위쪽이 수질보호구역이라 물도 깨끗한 편이에요.”
  이기수(경기 구리시·43)씨는 봄부터 가을까지 뚝섬지구에서 수상스키와 에어체어(앉아서 타는 수상스키의 일종)를 즐긴다. 회사가 근처여서 평일에도 퇴근 후 자주 드나든다. 한강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것은 10년 넘게 그의 일상이 되어 오고 있다. 강남북으로 꽉 막힌 차도 위 자동차를 뒤로 하며 물살을 헤쳐나가는 기분은 통쾌함을 넘어선다. 난지·잠원·뚝섬·망원·이촌지구에 수상레저클럽이 있어 수상스키·웨이크 보드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보통 1회 15~20분, 2만원.
  저 멀리로는 색색의 돛을 달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이 눈에 들어온다. 윈드서핑장이 따로 있는 곳은 뚝섬과 망원지구. 뚝섬지구 윈드서핑장에만 45개의 클럽이 있다. 일반인과 거리가 먼 레포츠 같지만 알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아침부터 돛을 붙잡고 씨름했죠. 바람 타는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오늘이 처음인데 여자가 하기에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 
  종로 YMCA 수영클럽에서 단체로 일일 윈드서핑 체험을 나온 김미경(서울 종로구·36)씨는 올 여름엔 주말을 이용해 윈드서핑을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하루 체험은 1인당 5만~7만원. 하루 4시간 3~4일이면 초급과정을 마스터할 수 있다.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요트도 ‘한강시대’를 맞으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연인의 생일이나 프로포즈를 위해, 혹은 가족파티 장소로 요트를 빌리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올 여름에는 ‘출퇴근길 혁명’을 불러올 수상택시도 등장했다. 평일 오전(7:00~8:30)·오후(6:30~8:00) 10~15분 간격으로 잠실~여의도~뚝섬을 잇는 정규노선 오렌지 라인(1인당 정액요금 5000원)과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관광수상콜택시 그린 라인(거리별 차등요금, 5800원~6만원, 정원7명) 두 종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단기로는 2010년까지, 장기로는 2030년까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더 아름다운 한강, 친환경적인 한강, 시민에게 더 가까운 한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한강의 변신은 흐르는 강물처럼 ‘현재진행형’이다.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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