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금리싸고 인력 우수-영국 투자요건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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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엔 3고(高)가 없다.』 유럽시장 진출의 관문으로 불리는 영국지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한결같은 얘기다.땅값 싸고 임금도 높지 않고 금리마저 저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도 거의 없다.오히려공장짓는데 필요한 돈의 상당액을 정부가 현찰로 거저 줄 정도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만 주면 국적 불문하고 대환영이다.정부는 지원을 더 못해줘 안달이날 정도다.
막대한 투자비용도 비용이지만 공장하나 짓는데 도장이 무려 1천여개나 들어가는 우리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지난해말 삼성전자가 7억달러를 들여 만든 영국 북잉글랜드의 윈야드 복합 전자공장이 문을 열었다.이 공장 준공식때 투자를 했던 삼성은 칙사대접을 받았다.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접 나와 박수를 쳤다.
이런 후한 대접 때문인지 영국은 이미 유럽내 한국기업의 투자지역중 최대지역으로 떠오른 상태.독일지역은 무역업투자가 가장 많은 반면 제조업투자는 단연 영국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영국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투자(제조업,실제투자기준)는 영국이 24건 1억1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제조업투자의 주종은 역시 전기.전자.갈수록 벽이 높아지는 유럽연합 시장을 겨냥한 현지 조립라인들이 쉴틈없이 돌아가고있다.현지 제품으로 인정만 받으면 관세도 없고 반덤핑규제도 없고 쿼터제한도 없다.
영국의 투자유치는 적극적이다.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등각 지역마다 한국에 투자유치 사무소를 개설하고 저마다 자기네 지역으로 한국기업 「모셔오기」경쟁을 벌일 정도다.
북아일랜드의 경우 투자 매력 포인트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임금수준은 단순기능직 초임이 월평균 9백50~9백90달러 안팎. 여기에 부대비용은 1인당 10달러를 넘지 않는다.임금수준은우리와 엇비슷하다.노동의 질도 우수하다.그러나 임금상승률은 우리와는 달리 2~3%로 매우 낮은 편이다.
노사분규나 파업 피해도 거의 없다.지난 89년4월 이 지역에공장을 가동시킨 대우전자는 지금까지 파업에 따른 업무손실이 「제로」였다고 자랑한다.공장부지용 땅값은 평균 평당 1만5천~2만원선.현지조달 금리는 연 5.5% 정도다.거기 다가 현지정부는 공장건설비용의 절반,설비투자의 절반을 공짜로 대준다.
스코틀랜드.웨일스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각각 지원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세금을 깎아준다,보조금을 준다며 야단이다.영국최대투자액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북아일랜드 윈야드 투자 때는 정부로부터 투자비의 20%를 공짜로 받았다.영국지역에 컴퓨터생산공장을 세운 종업원 3백60명의 한 업체는 지난 4년간 3백만파운드의 각종 무상지원을 받았다.투자금액의 60%에 해당되는 금액이다.우리 기업환경과 비교하면 꿈같은 얘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측은 『각종 투자 인센티브에다 유럽연합 시장진출의 발판이 된다는 이점 때문에 한국기업,특히 전기.전자업체들의 영국진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다.또 『일본이 주로 하이미디어.하이테크업체들과 자동차업체들의 현지진출 을 통해 유럽연합 시장공략에 성공한 실례는 우리 기업들의 영국진출에도 큰자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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