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잠 더 못 이루게 하는 한여름 밤의 야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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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16면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밤늦게 깨어 있다 보면 출출해져 야식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리지 않고 양껏 먹자니 다음날 아침 빵빵해질 얼굴과 늘어날 체중이 걱정이다.

실제로 야식을 하면 더 쉽게 살이 찐다. 밤엔 활동량이 적고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밤참은 숙면도 방해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앨버트 스턴카드 교수는 『참을 수 없는 유혹, 야식』이란 저서에서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밤참을 1주일간 먹게 했더니, 깊은 수면 시간이 짧아져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야식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저하시킨다”고 했다.

야식한 뒤 잠자리에 들면 밤사이에 위액이 올라온다. 이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또 아침엔 얼굴이 붓는다. 우리 몸이 체내 염분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지 않고 몸 안에 저장한 탓이다.

그래도 ‘밤참을 꼭 먹어야겠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메뉴는 채소와 과일이다. 특히 오이·당근은 딱딱해 오래 씹게 되므로 소량으로도 금방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은행도 추천할 만하다. 구우면 쫀득쫀득한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루 다섯 알가량 먹으면 기침·가래를 없애는 효능이 있어 흡연자에게 유익하다.

과일이 야식 메뉴로 추천되는 것은 인슐린을 덜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수박·참외·복숭아·토마토 등이 좋다. 당분이 높은 바나나나 과일 통조림은 피한다. 또 과일을 갈아서 마시면 체내 흡수가 빨라져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므로 생으로 먹도록 한다.

계란을 먹을 요량이면 계란말이·계란 프라이·스크램블 에그(각각 1인분 100㎉가량)보다 찐 계란(한 개 75㎉)을 택한다. 김밥은 밤참거리로 부담스러운 메뉴다. 김밥 1인분의 열량은 419㎉로 밥 한 공기(335㎉)보다 높다.

가장 흔히 즐기는 야식거리인 우동·라면의 열량도 상당하다. 라면은 약 500㎉, 우동은 690㎉에 달한다. 약간 속이 허전한 정도라면 작은 컵라면(300㎉)으로 만족한다. 사실 라면·우동보다는 밥을 국에 말아 먹는 것이 낫다. 탄수화물 식품이어서 소화도 잘 된다. 맵고 짠 찌개나 탕은 곤란하다. 밤에 갈증이 느껴져 잠에서 깨기 쉽다.

고기가 ‘당길’ 때는 보쌈이 좋다. 열량(1인분 203㎉)과 지방 함량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단, 비계는 떼어 내고 먹는다. 또 프라이드 치킨은 두 조각(다리+가슴살)의 열량이 480㎉에 달한다. 치킨 생각이 나면 튀기지 않은 것을 주문하되 지방이 몰려 있는 껍질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열대야가 이어지면 ‘시원한 맥주 한잔’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렇지만 찬 맥주를 들이켰을 때의 시원한 느낌은 목구멍까지다. 금세 더 덥게 느껴지고 확 달아오른다. 술을 대사(분해)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주 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체열 상승의 요인이다. 게다가 술은 열량이 높다. 생맥주 500㏄의 열량은 190㎉, 소주 한 잔(50㏄)은 160㎉다. 술을 마시면 탈수 위험도 높아진다. 알코올의 이뇨 효과로 소변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 야간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다량 발생시킨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수면제가 될 수 있다. 우유에 풍부한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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