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밤늦게 깨어 있다 보면 출출해져 야식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리지 않고 양껏 먹자니 다음날 아침 빵빵해질 얼굴과 늘어날 체중이 걱정이다.
실제로 야식을 하면 더 쉽게 살이 찐다. 밤엔 활동량이 적고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밤참은 숙면도 방해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앨버트 스턴카드 교수는 『참을 수 없는 유혹, 야식』이란 저서에서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밤참을 1주일간 먹게 했더니, 깊은 수면 시간이 짧아져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야식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저하시킨다”고 했다.
야식한 뒤 잠자리에 들면 밤사이에 위액이 올라온다. 이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또 아침엔 얼굴이 붓는다. 우리 몸이 체내 염분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지 않고 몸 안에 저장한 탓이다.
그래도 ‘밤참을 꼭 먹어야겠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메뉴는 채소와 과일이다. 특히 오이·당근은 딱딱해 오래 씹게 되므로 소량으로도 금방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은행도 추천할 만하다. 구우면 쫀득쫀득한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루 다섯 알가량 먹으면 기침·가래를 없애는 효능이 있어 흡연자에게 유익하다.
과일이 야식 메뉴로 추천되는 것은 인슐린을 덜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수박·참외·복숭아·토마토 등이 좋다. 당분이 높은 바나나나 과일 통조림은 피한다. 또 과일을 갈아서 마시면 체내 흡수가 빨라져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므로 생으로 먹도록 한다.
계란을 먹을 요량이면 계란말이·계란 프라이·스크램블 에그(각각 1인분 100㎉가량)보다 찐 계란(한 개 75㎉)을 택한다. 김밥은 밤참거리로 부담스러운 메뉴다. 김밥 1인분의 열량은 419㎉로 밥 한 공기(335㎉)보다 높다.
가장 흔히 즐기는 야식거리인 우동·라면의 열량도 상당하다. 라면은 약 500㎉, 우동은 690㎉에 달한다. 약간 속이 허전한 정도라면 작은 컵라면(300㎉)으로 만족한다. 사실 라면·우동보다는 밥을 국에 말아 먹는 것이 낫다. 탄수화물 식품이어서 소화도 잘 된다. 맵고 짠 찌개나 탕은 곤란하다. 밤에 갈증이 느껴져 잠에서 깨기 쉽다.
고기가 ‘당길’ 때는 보쌈이 좋다. 열량(1인분 203㎉)과 지방 함량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단, 비계는 떼어 내고 먹는다. 또 프라이드 치킨은 두 조각(다리+가슴살)의 열량이 480㎉에 달한다. 치킨 생각이 나면 튀기지 않은 것을 주문하되 지방이 몰려 있는 껍질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열대야가 이어지면 ‘시원한 맥주 한잔’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렇지만 찬 맥주를 들이켰을 때의 시원한 느낌은 목구멍까지다. 금세 더 덥게 느껴지고 확 달아오른다. 술을 대사(분해)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주 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체열 상승의 요인이다. 게다가 술은 열량이 높다. 생맥주 500㏄의 열량은 190㎉, 소주 한 잔(50㏄)은 160㎉다. 술을 마시면 탈수 위험도 높아진다. 알코올의 이뇨 효과로 소변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 야간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다량 발생시킨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수면제가 될 수 있다. 우유에 풍부한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