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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려는 사람 줄고 주택보험료 치솟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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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20면

2005년 8월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주택이 쓰러질 듯 서 있다. AP=본사특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국립해양기상국 소속 해양기상센터. 북대서양의 기상을 연구하는 곳이다. 인기 외화시리즈 ‘CSI: 마이애미’에 자주 등장하는 해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센터 주변에선 부서진 보트·기상관측기구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 허리케인이 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남긴 흔적이다.

‘초대형 허리케인’공포 확산 美 남부

이 센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상기 박사는 “미국 남부 주민들은 허리케인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대형 허리케인이 한 차례 지나가면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허리케인의 공포가 유난히 컸던 해가 두 차례 있었다. 92년 허리케인 ‘앤드루’가 플로리다주 전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총 436억 달러의 피해가 났다. 2005년 여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플로리다주 옆인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했다. 이로 인해 18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 피해액만 900억 달러에 달했다. 상륙 지점인 뉴올리언스는 도심의 80%가 물에 잠기고 치안이 마비돼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그 한 달 후에는 ‘리타’가 텍사스주를 강타했다. 미국인의 마음 속에는 ‘가공할 허리케인이 왜 연이어 발생할까’ 하는 커다란 의문이 자리 잡는다.

그 무렵 저명한 기상학자인 케리 이마누엘 MIT 교수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허리케인의 강도가 커진다고 네이처지를 통해 주장했다. 지난 30년간 두 배로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조지아공대 연구진도 비슷한 논문을 냈다. 35년간 해수면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대형 허리케인의 발생 수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형 허리케인’ 출현론은 서민들의 삶에 뜻밖의 영향을 줬다. 자연재해에 대한 주택보험료가 치솟으면서 가옥 소유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무더기 매물이 나오면서 주로 중소형 주택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상기 박사는 “웬만한 주택의 보험료가 연간 5000달러에 달해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대형 허리케인 출현론을 반박하는 연구가 쏟아졌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도 강력한 허리케인이 많이 나타났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주기적인 형태로 강약을 반복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허리케인이 온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다수설로 굳어 지고 있다. 이상기 박사는 “모든 기후 모델은 불완전한 요소를 갖고 있다”며 “허리케인-지구온난화와 관련해 학계가 내린 결론은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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