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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 ‘숨은 코드 4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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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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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학부모인 주부 강모(41·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이달 30일을 전후해 아이들과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강남·목동·노원 등 학원가 밀집 지역에선 학원 방학과 학부모 휴가가 일치한다. 강씨는 18일 대치동 사거리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을 처음으로 봤다. 그는 “솔직히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부 지역 한 중학교 C교장은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자 선거가 닥쳤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는 “방학이 되자마자 전교조 교사들이 각종 연수를 조직하고, 문자나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선거 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30일 치르는 서울시 교육감 주민 직접선거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전교조 대 전교조’ ‘학력 대 평준화’ 등 보수와 진보 간 조직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비전교조 후보들은 ‘학력 신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 등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는 주경복 후보 측은 ‘평준화 완성’을 내세운다. 이들은 네 가지 교육 현안에 대해 확연히 다른 ‘코드’를 보인다. 어느 후보가 되든지 서울의 교육 환경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선택=비전교조 후보로 분류되는 공정택(현 교육감·기호 1번), 김성동(전 경일대 총장·2번), 박장옥(전 동대부고 교장·3번), 이영만(전 경기고 교장·4번), 이인규(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5번) 후보는 학교 선택제를 찬성한다. 2010학년도부터 추첨식으로 고교를 강제 배정하는 게 아니라 신입생의 50∼70%는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교 선택제를 가장 옹호하는 쪽은 공 후보다. 그는 “학교 간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워 사교육을 잡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를 포함한 진보단체의 지지를 받는 주경복(건국대 교수·6번) 후보는 “특정 지역 학교만을 입시 명문고로 만들 수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고교 선택제를 중단시키겠다”고 주장한다.

◇특목고=주 후보는 공약집에서 특목고를 ‘귀족학교’로 규정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서울에서 만들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예비 후보 등록 당시엔 “외고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약이다. 주 후보가 당선되면 당장 내년부터 서울에서 국제중학교와 자사고·자율고 등은 생기지 않는다. 교육감이 반대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려 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택·김성동 등 보수 진영 후보들은 다양한 고교 설립을 통해 평준화 보완을 내세웠다. 특히 과학고·영재고·국제고의 추가 설립과 민사고 같은 자사고와 자율고, 기숙형 공립학교의 설립이나 기존 학교의 전환에 긍정적이다.

◇학력 평가=현 서울시 교육감인 공 후보는 “평가시험을 초·중·고교 전체로 확대하고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전담 강사를 투입하는 특별수업으로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 후보가 당선된다면 초·중·고생은 시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인규 후보는 평가시험을 개별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주 후보는 진단평가시험을 ‘일제고사’라며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석차 중심의 성적표도 없앨 계획이다. 수준별 이동 수업도 우열반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원 평가=공 후보를 비롯한 보수 후보들은 일제히 교원평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교원에게는 추가 수당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부족한 교사는 재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주 후보 측은 “교사 간 경쟁과 불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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