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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화제>佛 사상가 자크 데리다 철학서 3권 동시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세계 철학계와 문학비평계에 해체주의 바람을 선도한 프랑스 사상가 자크 데리다(66)가 최근 3권의 저작을 동시에 출간,또다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갈릴레 출판사에서 나온 "놀니적 난제""정신분석학의 저항",새유사에서 출간된 "종교"가 그것.지난 2년동안 우정.법과 정의.기억력 등을 각각 다룬 책 "우정의 정치""법의 힘""기록의 폐해"등을 발표해 새계 지성인을 사로잡았던 대리다가 이번에는 죽음.정신분석.종교로 논의의 장을 넓히고 있다.
신간들에서도 데리다는 특유의 해체기법을 동원한다.그의 해체란현상을 파악하는데 있어 사물과 관념의 이성적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근대 이후 이성주의.과학주의가 인간해방보다 오히려 독단과 지배를 낳았다는 판단에서다.데카르트 이후의 이성주의,인류는정해진 목적을 향해 진보한다는 독단 등이 그의 해체의 주요대상이 돼왔다.이같은 이성주의와 결정론적 역사철학에 담긴 모순을 조목조목 드러내는 분석기법이 바로 해체다.때문에 데리다의 해체는 철학적 연구로서 뿐 아니라 다 양한 분야에서 텍스트를 읽는방법론으로서 환영받는다.
『논리적 난제』와 『정신분석학의 저항』에는 데리다의 다른 저작처럼 고전과 현대의 명저작들이 풍부하게 인용된다.
죽음의 역사를 논한 『논리적 난제』는 인간의 죽음은 종말인가,아니면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인가 하는 난제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어 죽음이 종말이든 새로운 출발이든 죽음의 역사란 것이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라는 의문에 천착하고 있다.
먼저 도입부에서는 죽음과 관련한 「논리적 난제」에 대한 역사가 짤막히 소개된다.이어서 데리다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시간』등의 저작에 나타나는 죽음관을 잔인할 정도로 냉혹하게 해체한다.인간존재의 이해를 위해 역사적.심리적.민 족학적 접근보다 실존을 앞세웠던 하이데거 철학도 데리다의 해체앞에는 너무 무력하다.
『정신분석학의 저항』에서 데리다는 프로이트.라캉.푸코에 도전한다.프로이트를 분석한 부분에서 그는 정신분석가들의 작업도 결국 무의식으로 귀결시키는 결정론적 태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비판한다.그의 해체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책이 다.데리다는정신분석에도 문화적.정치적인 외적 「저항」뿐 아니라 분석의 눈길이 닿지못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이 책에서 푸코의 저서 『광기의 역사』가 데리다의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된 것도 광기의 정확한 기원과 본질을 캘 수 있다는푸코의 발상때문이다.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푸코는 61년 펴낸 『광기의 역사』 초판 서문에서 「광기의 본 질적인 경험을탐색하고 싶다」는 부분을 다음 판부터 삭제했다.
데리다와 이탈리아 사상가 지안니 바티모가 공동으로 펴낸 『종교』는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세계 석학 7명의 글을 묶은 책이다.
데리다의 철학은 한마디로 철학적 문제에서 정치적 「음모」를 캐내려는 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는 최근들어 대학.건축.미술사.문학.페미니즘.인종주의.기술에서까지 그 속에 내포된 정치적 암시를 읽어내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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