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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앞둔 지구당대회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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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남서부지역에 사는 정당 당원인 주부 尹모(38)씨는 지난달말 지구당 개편대회장에 갔었다.尹씨는 자신의 동네 이름이 적힌 좌석에 앉아 사회자가 시키는대로 박수만 치다 돌아왔다.
『행사가 끝나니까 차비와 점심값 명목으로 1만원을 주더군요.
5년넘게 당원생활을 했지만 지구당대회에 가서 거수기 역할 해준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한게 없어요.』尹씨의 말이다.
4.11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당은 앞다퉈 지구당 개편대회를 열고 있다.정당규정대로라면 이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제대로 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그리고 그 위원장이 국회의원후보가 되는 것이 어울린다.
하지만 우리네 정치판에선 중앙당이 지구당 위원장을 미리 선정해 내려보낸다.
영국의 경우도 후보들을 중앙당에서 공천하긴 마찬가지다.그러나지역 대의원들이 먼저 후보를 앞에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그뒤 찬반투표로 그 후보를 자신들의 대표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외국의 지구당대회가 명실상부하게 당원들의 뜻을결집하는 축제라면 우리의 경우 위원장 한사람을 위한 잔치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지구당 대회의 또다른 문제점은 각 후보들이 쏟아붓는 천문학적자금이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도지역에서 출마한 A후보는 개편대회에만 1억2천1백만원을 썼다.
『후보의 활동사항을 비디오로 제작하는데 4천만원이 들었습니다.멀티비전 사용,폭죽과 풍선,무대효과비용으로 2천1백만원,전체홍보물비용 5천만원과 참석자들에 대한 차비와 점심값도 1천만원이 들었습니다.』 이 금액은 그나마 자원봉사자(?) 들에 대한사례비를 제외한 것이다.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여권 개혁핵심 인사의 지구당대회에는1만명 가까운 청중이 참가,전당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여서 「너무 화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돈은 현행 선거법상 선거비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하지만이렇게 엄청난 자금들이 무더기로 풀려나가고 있는 마당에 「돈안쓰는 선거」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구당 대회가 이처럼 요식행위에 그치는 데는 여야 각 정당의당원구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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