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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속 챙기기에 지방의회 멍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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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의회의 ‘의장 뇌물’ 파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 의회에서도 온갖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 구성을 둘러싸고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등 구태가 여전하다.

◇곳곳서 금품 살포 의혹=부산경찰청은 지난 2일 치러진 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금품이 살포된 정황을 일부 포착해 내사에 들어갔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출마했다가 탈락한 A의원이 100달러짜리 30장(3000달러, 300여만원)이 든 봉투를 해외 출장을 앞둔 B의원에게 건넸으나 B의원이 곧바로 되돌려줬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C의원이 다수의 동료 의원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돌렸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의회에서도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금품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도의회 상임위원장 경쟁에 나섰던 K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5장씩 돌린 사실을 한 의원이 폭로한 것이다. 그러나 전북도의회 김희수(전주·민주당) 의장은 “일부 의원이 성의 표시를 한 정도로 알고 있지만, 진상 조사는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낳고 있다. 군산시의회 주변에서도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나섰던 L의원이 “지지해 달라”며 동료 의원에게 500만~1000만원씩을 줬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경기도의회 진종설(고양·한나라당) 의장은 올 1월부터 생일을 맞은 의원들에게 축하 난을 보내는 등 후반기 의장 당선을 목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위원회 배정 싸고 폭력 사태=광주시의회에서는 14일 특위 배정 과정에서 의원들끼리 드잡이가 벌어졌다. 전모(43) 의원이 배정에 불만을 품고 “나는 안 하겠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려 하자 송모(51) 의원이 “나이도 어린 X이…”라며 뺨을 때리면서 폭력 사태로 비화한 것. 손모·김모 의원도 배정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꽃다발을 던지기도 했다. 광주시의회에서는 최근 ‘성폭력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온 의원이 교육사회위원장으로 선출돼 시민단체가 반발하기도 했다.

자신이나 부인 명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관련 상임위 배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전북도의회 교육복지위원장으로 선임된 K의원은 전북교육청 주변에서 대형 인쇄소를 운영 중이다. 전반기 2년간 교육복지위원으로 활동했던 K의원은 사학재단의 이사·감사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교육복지위에서 활동하다 최근 산업경제위로 옮긴 또 다른 K의원은 도청·도교육청 등으로부터 연간 20억원대의 사용료를 받는 IT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충남도의회에서는 신임 강태봉 의장이 “의원들을 직업과 관련된 해당 상임위에 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일부 도의원들의 반발로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 멀어=지방의회의 이 같은 구태는 자리에 따른 이권 때문이다. 의장단이 되면 각종 대외 활동에 참가해 자연스럽게 선거운동 효과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지원 등의 혜택도 크다. 전직 충남도의원은 “각종 건설 공사 입찰, 건자재 납품 등의 이권을 챙길 수 있어 돈을 써도 당선되면 몇 배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여기에 특정 지방의회 의석을 한 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당끼리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특정 정당 내 ‘나눠 먹기’ 같은 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106석 중 100석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으며, 광주시의회는 19명 전원이 민주당이다. 부산시의회는 47명 중 41명이 한나라당, 전북도의회는 38명 중 3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정연정(공공행정학과) 배재대 교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선출되고 나면 이후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정활동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의장 선출도 의원들끼리 거래 가능성이 높은 교황 선출식 대신 공개 선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천창환·신진호 기자

지방의회 의장 자리는

▶광역의회 의장(전북도의회의 경우)

-의정활동비 월 150만원/월정수당 260만원

-업무추진비=월 420만원

-차량=기사 딸린 체어맨

-비서진=비서실장(5급), 수행비서(7급), 여직원 등 3명

▶기초단체의회 의장(전주시의 경우)

-의정활동비 110만원/월정수당 200만원

-업무추진비=월 300만원

-차량=기사 딸린 다이너스티

-비서진=비서실장(6급), 수행비서(7급), 여직원 등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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