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힘 받아 질주하는 수입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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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자동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6%를 넘어섰다.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2% 늘어난 3만3499대로 집계됐다. 전체 승용차 시장점유율도 6.02%로 올라섰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었다. 수입차 시장이 올 들어 빠르게 성장한 요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4000만원 미만 차종이 증가했고 20~30대 젊은 고객의 구매가 늘어난 것이다.

◇4000만원 미만 늘고 1억 이상 줄고=4000만원 미만 모델의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67%나 늘었다. 지난해엔 수입차 4대 중 1대가 4000만원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3대 중 1대꼴(33%)로 비중이 높아졌다. 수입차 저변이 확대된 데다 업체들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중 2000만원대 모델은 아예 홈쇼핑으로 진출했다. 포드 ‘이스케이프 2.3’(2980만원)은 홈쇼핑 판매로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의 7배로 뛰었다. 크라이슬러 ‘지프 컴패스’(2990만원)도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포드의 공식 딜러인 선인자동차 전경식 마케팅팀장은 “수입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국산차를 타던 중산층 고객들이 ‘나도 한번 수입차를 타볼까’하고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월 납입금을 10만원대로 낮춘 리스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도 3000만원대 수입차 판매 증가에 한몫했다.

3000만원대 모델로 가장 인기를 끈 브랜드는 혼다다. ‘뉴어코드’를 3000만원대에 내놓아 단숨에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다. 혼다의 경우 전체 판매 대수의 97%가 4000만원 미만이다. 올 가을 미쓰비시와 닛산까지 국내에 진출하면 3000만원대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1억원 이상 고가 모델의 판매 대수는 6.5%나 줄어들었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SK네트웍스가 미국에서 들여온 고급 수입차를 15%가량 싸게 판매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더 젊어지는 고객층=수입차 시장의 주 고객층은 30대였다. 30대 고객 수는 2006년 처음으로 40대를 추월한 이후 점점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올 들어서는 20대 고객도 53%나 늘었다. 아직 숫자는 60대보다 적지만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고객군이다.

20~30대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 수입차는 단순히 가격이 싸기보다는 개성있는 브랜드다. BMW그룹 ‘미니’의 경우 개인 고객 중 30대 이하가 70%를 넘었다. 인피니티도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이 브랜드는 올 들어 40%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젊은 고객 잡기에 나섰다. 중대형 세단 위주였던 아우디와 BMW는 각각 소형차인 A3와 1 시리즈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20대 후반~30대 중반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 차종이다. 벤츠가 21일 개성있는 디자인의 스포츠카 3종(SLK, CLS, SL 클래스)을 선보이는 것도 젊은 감각을 더하기 위해서다. 벤츠코리아 김보민 상무는 “수입차 구매 고객들이 점점 더 젊어지고 개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들 취향에 맞는 차종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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