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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한마디] “브라질 비중 줄이고 러시아·남아공 투자 늘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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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제 이머징 지역에서 브라질은 비중을 줄여야 하는 국가다.”

장밋빛 전망이 넘치는 가운데서 나온 경고 메시지다. 상반기 중국·인도 펀드가 원금의 3분의 1가량을 까먹는 동안 브라질 펀드는 10%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월등한 수익률을 앞세워 운용사·판매사들은 브라질 펀드를 ‘세게’ 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낸 이는 BNY멜론자산운용그룹의 자회사인 웨스트LB멜론자산운용에서 이머징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토니 한(47·사진) 펀드 매니저다.

BNY멜론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740억 달러(펜션&인베스터스 집계)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4위 운용사다. 국내에서 주로 기관 자금을 굴리고 있으며, KB자산운용이 출시한 브라질 펀드의 위탁 운용을 맡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설명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6월 기준으로 작성된 ‘이머징 국가별 투자 비중’ 표부터 내밀었다. 표에 따르면 21개 이머징 국가 가운데 6월 기준으로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었다. 이어 러시아·남아공·말레이시아·폴란드·인도네시아 등 순으로 비중을 늘려야 된다고 표시돼 있었다. 반면 비중을 줄여야 하는 국가로는 브라질·중국·대만·인도·멕시코 등을 꼽았다.

이 표는 주가가 얼마나 싼가(밸류에이션·46%), 자국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나(통화·18%), 국가 성장률은 얼마나 되나(16%),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한 동력이 있나(모멘텀·15%), 위험 요인은 뭐가 있나(리스크·5%) 등을 감안해 점수를 계산, 한 달에 한 번씩 작성된다. 인간의 감정적 편견이 개입될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실제로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던 지난해 10월, 이미 이 모델을 기준으로 중국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증시는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꼽았던 브라질과 대만도 최근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이들 증시는 뚜렷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증시의 상승 동력은 국가 신용 등급의 향상이었다. 지금은 이게 증시에 다 반영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것은 주가에 악재다. 또 그간 많이 오른 주가도 부담이다.”

한 매니저는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과거 고점에서는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0배를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배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인식이 10배도 비싸다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는 확신하지만 이것이 중국 증시의 상승세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돈이 당장 필요하다면 주식에 투자해서는 안 되고, 그렇지 않다면 위험하지만 상승세가 기대되는 이머징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돈이 왜, 언제 필요할지를 따져 투자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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