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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잔칫날의 미운 오리 새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학의 해란다.문학의 해!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한 쾌감이 있었지만 곧 우린 해당사항이 없음을 알게 됐다.
문학의 해를 알리는 지면마다 유명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만 들먹거렸다. 문학을 생명처럼 끌어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비를뿌려줄줄 알았는데 소외만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문학으로 피폐해진 우리네 삶을 다시 부추겨 세울 생각은 하지않고 문학의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 나누자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올 문학의 해는 과연 누구를 위한 해일까.
이땅에 살고 있는 장애인 가운데 누워서 살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치고 문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우리들은 문학이 아니면 다른 선택이 없기에 죽음 대신 삶의 구실로 문학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문학을 문학으로 봐주지 않고,그 누구도우리를 문인으로 대접해주지 않는다.
할일없는 장애인들의 소일거리로 생각해 격려는 해주면서도 함께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세계적인 문인중 상당수가 장애인이었다.르네상스 최고의 걸작 『실락원』을 쓴 밀턴은 시각장애인이었고,낭만파의 거장 바이런은 다리를 몹시 저는 지체장애인이었다.
외국의 장애문인 작품은 명작이고 국내 장애문인 작품은 글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의 해라고 해서 한창 기대에 부풀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문학활동 지원사업에 신청해놓고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신청 불가(不可)라는 무성의한 통보를 보내온 처사는 또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이 생일을 기다리는 것은 그날만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 생일날조차 문전박대를 당한다면 그 잔치의주인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문학의 해는 잘 나가는 작가들의 인세나 올려주는 해가 돼서는 안된다.
문학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문인들의 참 문학이 국민에게 심판받는 해가 돼야 할 것이다.
방귀희 장애인문인協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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