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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질환의 韓方 치료.예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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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간 큰 남자」시리즈는 요즘 배짱좋은 남편을 비유하는 우스갯소리.그러나 한의학적으로도 이런 남자들은 화를 잘내고 간에 부담을 주는 술과 과로를 즐김으로써 아내에게 그리 환영받는 사람들은 아니다.간이 나빠져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쉽지않아 아내로부터 구박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간장은 7정(情)중 노(怒)에 해당한다.따라서 성을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에 울혈이 생겨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또 오행으로 따지면 간은 목(木)이다.화(火)로 비유되는 심장기능이 강하거나 나무의 성장을 돕는 수( 水),즉 신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간은 피해를 본다.
7대째 한의사로 절망적인 간장질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지산한의원(서울 대치동)안재규(安在圭)원장은 『간장질환은 음양오행과인체 오장육부를 살리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의 원리로 볼때 단순하게 간 그 자체의 질환으로만 생기는 병은 아니 다』고 말한다.따라서 치료방법도 개인의 체질과 간장병 유형에 따라 다양하게접근돼야 한다는 것.
망.문.문.절진(望問聞切診.절진은 배를 촉진하는 복진과 맥을잡는 맥진으로 나뉨)으로 대표되는 한방의 네가지 진단법중 간장질환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진단은 맥진.일단 간장이 나빠지면 거문고 줄같이 팽팽한 느낌의 현(弦)맥이 나타나면 서 음양허실에따라 한증일때는 느린 지(遲)맥,열증은 빠른 삭(數)맥,허증은세(細)맥,실증은 강(强)맥이 잡힌다.
물론 눈으로 보는 망진과 문진상으로도 간장질환은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예컨대 열증인 경우엔 눈이 충혈되고 입이 마르거나 쓰고,가슴이 뛰며,소변은 탁하다.근육 수축으로 나타나는 한증은맑은 침이 생기고 때때로 구토가 나기도 하는데 특히 남자의 경우 고환이 당기거나 하복통이,여자는 생리불순이 나타난다.
또 과로와 신수(腎水)의 부족등으로 발생하는 허증은 빈혈과 침침한 눈,손톱과 피부의 건조,심하면 수족마비를 호소하고,과음.운동부족.화(怒)로 얻는 실증은 상복부 통증,신트림,혀에 누렇고 끈적끈적한 태가 끼며 자색이 된다는 것.서양 의학적 병명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대체로 B형간염등 바이러스에 의한 간장질환은 허증으로,간경화는 실증,알콜성 간염은 실증과 허증이 동시에 나타난다.
따라서 치료방법도 상생상극의 원리에 따라 한증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열증은 화기를 풀어주며,허증은 보혈하는 식으로 강구된다. 대표적인 한약으로는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을 들 수 있다.습을 다스려 소화기능을 돕는다는 것이 이 약의 원리.경희대 한방병원 김병운(金秉雲)교수는 『우리나라 약초인 「더위지기(산쑥)」를 주재료로 한 이 약은 담즙생성과 이뇨작용이 있으며 70%이상의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증이나 열증일 때는 시호.황금(黃芩)등을 주재료로 하는 소시호탕(小柴胡湯)을,허증이나 한증에는 녹용.인삼등 몸을따뜻하게 하는 보약들도 가미해 처방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권하는 간장질환의 예방은 서양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크게 노하거나 피로하지 않고 인생은 즐겁게,그리고 간을 보하는 콩등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라는 것.
安원장은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얘기는 간의 기능에만 집착하는 서양의학적 시각』이라며 『한약의 특징은 몸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생각해 약을 선택함으로써 부작용없이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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