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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광우병, 부검해야만 확진 가능 … PD수첩 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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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춘천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부검센터장 최경찬 교수가 CJD 확진을 위한 부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인 아레사 빈슨(4월 29일 MBC PD수첩 방영)의 사인이 부검 결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MBC PD수첩은 4월 29일 방송에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말을 인용,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방영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국내에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질환을 확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한림대 성심병원 내의 CJD 부검센터다. 센터장인 최경찬 교수가 석 달간의 침묵을 깼다. 최 교수는 “그동안 전문가가 사실을 이야기해도 오해나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우려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CJD 관련 질환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춘천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최 교수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니다”고 밝힌 후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 오해를 낳았다. 프리온 단백질 때문에 생기는 질환은 신경계 질환의 하나로 임상적 증상과 검사만으로는 다른 질병과 구분하기 어렵다. vCJD는 CJD 질환의 한 종류다. 쇠고기와 관계없는 일반 CJD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일반 CJD는 인구 100만 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우리나라에도 매년 4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vCJD와 CJD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CJD 질환은 부검을 하기 전까지는 확진할 수 없다. 자기공명 영상촬영(MRI)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은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CJD 진단 매뉴얼에도 확진 방법은 부검이 유일하다고 명시돼 있다. 살아 있는 환자는 조직검사를 할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한 조직을 취하기 때문에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MBC PD수첩이 잘못한 것도 이 부분이다. 설사 정황상 vCJD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확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 부검 소견을 기다린 후 결과를 보고 보도했어도 됐다. 너무 성급했다. 프리온 질환은 역사가 10년 남짓에 불과한 질병이다. 조직검사나 부검 전 그 질병에 걸렸을 확률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확진 전 병에 걸렸을 확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국제적인 데이터도, 학문적 공감대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참석자 중 프리온 질환 전문가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 프리온 질환 전문가는 얼마나 되나.

“현재 40대 후반 이상의 의사는 프리온 질환을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배웠다. 역사가 짧은 질병이라 깊은 이해를 가진 학자가 양성되지 않았다. 스스로 전문가라고 나선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적 학회에서 인정받는 등 합당한 근거와 학문적 업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 프리온 질환 전문가는 한림대 김용선 교수와 그 연구팀이 유일하다고 본다.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소의 광우병에 대해서는 발언할 수 있지만 인간광우병은 전문영역이 아니다. 소에서 인간으로 옮겨지는 경로가 밝혀졌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발언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국제적으로 확인된 연구결과에 근거해야만 한다. 인간광우병은 수의학이 아닌 의학의 영역이다. 의학 중에서도 신경과나 신경외과 정도가 전문분야라 할 수 있다.”

-지난 석 달간 학자들이 침묵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

“신문·방송 등 모든 언론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누가 사실을 이야기해도 오해하거나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비난의 화살을 받더라도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했다면 시간이 지나 정상을 되찾았을 때 책임을 다했다고 인정이 될 텐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는 CJD와 관련해서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팩트에 근거해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

-국내에서는 vCJD 질환에 대한 걱정만 있고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유학생·교민·외국인의 교류가 빈번한 국제화 시대다. 미국산 쇠고기를 막는다고 vCJD의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vCJD를 포함한 CJD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CJD 질환은 걸리면 100%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수혈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고 자녀에게 유전되는 경우도 있다. 부검을 통한 확진만이 추가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막연한 위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부검으로 인한 관리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정착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

글·사진=김은하 기자

한림대 CJD부검센터는 CJD 확진 설비 갖춘 국내 단 하나뿐인 기관

CJD 질환을 확진할 수 있는 설비와 자격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식 기관. 2005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인간광우병(vCJD)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림대 성심병원을 CJD 부검센터로 지정했다. 개별 의료기관이 질병관리본부에 CJD 의심환자를 신고하면 한림대 CJD 진단센터(센터장 김용선 교수)가 혈액·조직 검사를, 부검센터가 부검을 맡아 질병명을 확진한다. 2006년 4월 업무를 시작했으나 부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현재까지 부검환자가 두 명에 불과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JD 부검센터는 지난해 360명의 프리온 질환 의심환자를 부검했다. 이 가운데 194명의 사인이 CJD 질환인 것을 밝혀냈다.

◇최경찬 교수=1986년 영남대학교 의과대를 졸업하고 신경과와 병리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2004년에는 하버드 의과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에서 퇴행성 뇌질환연구소 강사로 근무했다. 현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병리과 교수이며 2006년부터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 부검센터장을 맡고 있다. 개소 이후 2건의 CJD 환자를 부검해 확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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