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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광우병 발병 확률 94%’ … PD수첩 “부정확한 보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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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MBC ‘PD수첩’은 15일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주로 MM형이어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보도한 것은 부정확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이날 방영한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 프로그램의 말미에서 “마지막으로 알려드린다”며 이렇게 간단히 언급했다.

PD수첩은 지난 4월 29일 방송에서 도표까지 보여주며 “한국인 500여 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량 된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여러 언론이 논문 저자인 김용선 한림대 교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잘 걸릴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보도를 수차례 했다. 하지만 PD수첩은 두 달여 동안 이런 지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PD수첩은 그동안 제기됐던 왜곡 방송 논란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래거 박사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미국의 소 도축 및 검역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온 동물보호단체다.

PD수첩은 그래거 박사에게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위험이 높은 소라고 해석하면 과장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전혀 아니다. 주저 앉는 것이 광우병의 주요 증상이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그래거 박사의 의견과 다른 주장은 없었다. 미국 광우병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해 줄 수 있는 제3의 전문가의 인터뷰도, 미국의 책임있는 당국자의 해명도 없었다.

시민 인터뷰보다 더 근거있는 내용을 보도하기 위해 ‘미국 식품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담은 CNN의 온라인 설문을 방송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설문은 단순투표 형식의 조사로 무작위 거리 인터뷰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감수자인 정지민씨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PD수첩은 숨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인터뷰 내용 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번역해 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정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빈슨 어머니가 두 병명을 명확히 구분하는 복수의 미공개 인터뷰가 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정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빈슨 어머니가 ‘vCJD’를 언급하는 인터뷰 영상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제작 과정의 일부에만 참여한 번역자의 개인 생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영훈·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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