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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학습 능력 “엄마하기 나름이죠”

중앙일보

입력

엊그제인가 싶던 새학기가 훌쩍 지나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뒤처진 과목을 방학을 계기로 만회하는 공부법은 없을까’‘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켜볼까’…. 청소년 자녀의 알찬 하루를 설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바쁘다. 방학은 아침·저녁 대면하는 학기 중과 달리 사춘기 자녀와의 접촉시간이 길어 충돌도 잦다. 이런 현상은 자녀의 학년이 높을수록, 특히 수험생일 경우 빈발해 ‘방학 때 아이와 전쟁을 치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어머니도 있다. 내 아이의 건강과 학습능력 향상을 극대화시키는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어머니 정서부터 안정돼야=자녀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100점짜리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온종일 자녀의 일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는 어머니의 긴장감은 곧바로 자녀에게 전달돼 아이는 신경질적이고 불만 많은 태도를 보이기 쉽다. 따라서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 표현은 본인과 자녀 모두에게 삶의 활력소로 작용할 정도로 적당해야 한다.

우선 긴장이 고조되면 누구나 불안해지면서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고,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자녀를 관리하기 이전에 어머니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부터 해야 한다. 오늘부터 자녀의 방학날까지 어머니부터 기상·식사·취침 등의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할 것. 하루 ‘2시간’ 이상은 어머니 자신만을 위한 시간, 즉 운동·독서·취미생활 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 머리가 복잡하다 싶을 땐 수영·야외자전거·달리기 등 스피드 있는 종목을 택하고 평상시엔 요가·댄스 등 다소 정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운동이 좋다.

◇힘들어도 자녀 탓은 금물=중년의 부모가 청소년의 생활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에게 과다한 사교육비가 지출될 땐 아이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 쉽다. 반면 더위를 참아가며 방학에도 학업에 매진해야 되는 자녀 역시 매사에 불만이 생기고 화살을 어머니에게 돌리기 쉽다. 이런 이유로 방학은 어머니와 자녀 간에 섭섭한 언행이 잦아지고, 갈등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녀의 태도가 불만스러워도 “너만 아니면 내 인생에 고민거리가 없다”는 식의 원망을 해서는 안된다. 이보다 더 금해야 될 말은 “누구집 자녀는 나무랄 데가 없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식의 또래와 비교하는 발언이다. 이런 말들은 자녀의 가슴에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반항적 태도를 초래하기 쉽다.

◇매사를 자녀와 의논=아무리 사소한 일도 자녀에 관한 일은 꼭 본인과 상의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이가 무작정 싫다고 할 때도 강요 대신 ‘설득’에 나설 것. 자녀가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일은 일단 ‘시간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식의 여운을 남긴 채 어머니 자신의 주장은 미루도록 하자. 억지로 시키는 일은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자존감에 상처를 줘 행복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스스로의 의지와 결정에 의해 꾸려나간다고 생각해야 의욕도 생기고, 성취감·행복감도 맛본다. 공부 목표나 진로 설정도 부모가 자녀의 객관적 능력을 먼저 담임교사와의 상담 등을 통해 파악한 뒤 자녀의 생각을 먼저 물어보고 경청한 뒤 함께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자녀의 삶의 질 생각하는 부모 돼야=공부건, 착한 행동이건 열심히 하는 커다란 원동력 중의 하나가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다. 따라서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며 마냥 무심한 척하는 것도 좋지 않다.

우선 자녀가 ‘우리 부모는 공부뿐 아니라 나의 휴식과 즐거움, 건강 등 모든 면에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자. 예컨대 자녀가 공부에 매진할 땐 1시간에 5분, 적어도 2시간에 10분씩 과일 등 신선한 간식거리를 주면서 ‘엄마랑 과일 먹으면서 잠깐 놀자’는 식으로 휴식을 유도해 보자.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운동을 하는 등 단 1~2시간만이라도 함께 하는 놀 거리를 찾아야 한다.

청소년기는 외모와 이성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런 자녀에게 ‘지금 공부해야지 그런데 관심 가질 때가 아니다’라고 나무라면 괴리감이 커진다. 따라서 헤어 스타일·의상 등에 적당한 관심을 표현하는 조언을 해주는 게 좋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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