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200m 19초67 … 점점 세지는 ‘선더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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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로부터 24년. 그간 수많은 스프린터가 명멸해 갔지만 올림픽에서는 단 한 명의 ‘스프린트 트레블’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84년 칼 루이스 이후로는 100m, 200m를 동시 석권한 ‘스프린트 더블’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게 단거리 다관왕이다.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칼 루이스 이후 사라졌던 올림픽 단거리 다관왕을 향해 무한질주하고 있다.

남자 2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맨앞)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볼트에게 한참 뒤처져 들어오고 있다. 볼트의 이날 기록(19초67)은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아테네 AP=연합뉴스]

볼트는 14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올림피아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아테네 그랑프리대회 남자 200m에서 19초67로 우승했다. 이는 남자 200m의 올 시즌 최고기록인 동시에 그의 개인 최고기록(종전 19초75)이다. 올 시즌 세계 2위 기록(19초83)도 그가 지난달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세운 것이다. 볼트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종목 불세출의 스타였던 마이클 존슨(미국)이 9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세운 세계기록(19초32)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 6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이날 스타트가 다소 좋지 않았던 볼트는 곡선 주로를 빠져나오면서 무서운 스피드로 선두였던 브랜든 크리스천(20초36·안티과)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경기 후 볼트는 “(존슨의 세계기록은) 정말 깨기 어렵다. 하지만 내년쯤엔 깰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금메달을 넘어 세계신기록에 대한 욕심을 표시했다. 현역 200m 선수 중 그보다 빠른 기록을 가진 선수는 타이슨 가이(19초62), 사비에르 카터(19초63), 월러스 스피어먼(19초65·이상 미국) 등 3명. 이 중 스피어먼만 자국 선발전을 통과해 베이징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달 100m 세계신기록(9초72)에 이어 이번에 200m 시즌 최고기록까지 세우면서 볼트의 ‘스프린트 더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100m에서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가이는 200m 미국 선발전 도중 허벅지를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종전 세계기록(9초74) 보유자였던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은 큰 대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파월은 올림픽·세계선수권 등 타이틀이 달린 주요 대회에서 아직 금메달 소식이 없다. 일각에선 볼트의 ‘스프린트 트레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릴레이의 경우 선수층이 두터운 미국의 벽을 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미국은 역대 21차례의 올림픽 400m 릴레이 중 15차례나 우승했다. 자메이카는 84년 은메달이 이 종목 최고 성적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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