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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있다고 ‘고개 숙일’ 필요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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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좋아!’? 아무리 섹스에 대한 열망이 강해도 영화 제목처럼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섹스를 하는 데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성인병과 발기부전은 바늘과 실처럼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는 50대 이후, 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섹스는 다소 ‘부담스러운 즐거움’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사용에도 유의해야 한다. 사용 전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효능과 효과를 판단해 약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심장과 음경은 ‘호형호제’=성행위는 건강의 바로미터다. 건강한 사람이 섹스를 할 수 있고, 섹스를 하면 건강해진다. 운동효과도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섹스를 주기적으로 한 여성은 스트레스가 왔을 때 나타나는 ‘순간 혈압’ 상승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안정적이다.

전북대병원 비뇨기과 박종관 교수(남성과학회장)는 “섹스는 혈압뿐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 부부의 애정 등 총체적인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성의 발기부전. 특히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발기부전 유병률이 정상인의 2∼3배에 이른다. 심지어 40세 이상인 고혈압 환자의 68%가 발기부전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는 음경이 ‘작은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세혈관 덩어리로 구성되기 때문.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혈관이 막히거나 탄력성이 떨어지면 심근경색이 오는 것처럼 발기부전도 마찬가지”라며 “고혈압·당뇨·복부비만·고지혈증 등 대사성질환과 발기부전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 질환’이므로 함께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섹스 안전판 위한 조언=‘노화를 늦추려면 섹스를 하라?’ 맞는 얘기다. 섹스를 정기적으로 한 남성은 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수치가 높다. 이 두 호르몬은 노화를 늦추는 안티 에이징 호르몬. 특히 운동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섹스를 한 직후 더 높게 올라간다.

성인병이 있다고 성생활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박 교수는 “발기부전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도 수축기 혈압 170㎜Hg 이하, 이완기 100㎜Hg 이상이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또 고혈압 약도 한 가지 쓰는 사람에겐 별도의 검사 없이 처방한다. 그 이상인 경우에도 적은 용량부터 시작하고, 사정시 순간 고혈압만 주의하면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혈압 약 중에는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약물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의사와 상의해서 안지오텐신2 수용체 길항제 등 혈관내피기능이 개선되는 강압제로 바꿔야 한다.

저혈압증은 90㎜Hg 미만, 또 중증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약물 사용시 의사와 상담하고, 허혈성 심장질환·부정맥·심근증·판막증 등의 환자 역시 자신의 병을 의사에게 알려야 안전하다.

비만인 경우는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한다. 비만이 발기부전의 원인 제공자일 뿐 아니라 대사증후군의 주범이기 때문.

◇내게 맞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비아그라 이후 지속시간이 긴 시알리스(릴리), 강직도를 강조하는 레비트라(바이엘) 등 다국적 제약사가 도전장을 낸 데 이어 국내 제약사들 제품이 속속 등장한 것. 국내 제품 1호인 자이데나(동아제약), 바이엘과 공동 마케팅을 벌이는 야일라(종근당), 엠빅스(SK케미칼) 등 저마다 특장점을 가지고 치열한 시장 다툼이 전개되고 있다.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야일라다. 비아그라와는 다소 다른 약리기전을 가지고 있어 발기반응을 관장하는 효소인 PDE5의 작용을 10배 높였다고 자랑한다.우울증·당뇨·고혈압·전립선비대증 환자를 무작위로 참석시킨 3상 연구(6개월 이상 발기부전 805명을 26주간 시험)에서 가짜약 투여군(28%)보다 3배 높은 85%의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

강직도 역시 앞섰다. 2006년 국제성약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성분명 바데나필의 야일라(53.1%)가 실데나필의 비아그라(46.9%)보다 6.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효과가 긴 것보다 짧은 시간에 선택적으로 약효를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며 “자신의 질병 상황을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맞춤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역시 점검 대상. 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웅환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성욕은 물론 근육이 줄어들고, 복부비만이 축적되는 등 대사성질환이 악화한다”며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기 전 체크해 볼 것”을 권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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